주력산업 침체로 소득정체·물가상승·가계빚 증가 등 원인

4월 소비자심리지수 ‘92.5’ 기록…17개월째 기준치 밑돌아

▲ 수출 호조로 울산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침체된 소비는 좀처럼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
수출 호조로 울산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침체된 소비는 좀처럼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 수준인데 반해 물가는 오르고, 가계 빚도 계속 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 울산본부에 따르면 4월중 울산지역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소폭(2.1P) 상승한 92.5로 17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울산의 소비심리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전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4월 중 전국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를 초과한 101.2로, 지난해 10월 이후 반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울산은 현재생활형편은 물론 6개월 후의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세부지표 모두 전국평균 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울산의 소비심리가 낮은 이유는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소득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소비자물가는 오르고, 가계 빚은 계속 늘면서, 가계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울산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3월 실시한 가계 소득, 소비 수준, 소비생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0.6%가 가계 소득이 최근 2~3년간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8.4%는 소비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소비감소 원인으로 소득 감소를 1순위로 꼽았다.

올들어 빠르게 뛰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소비 억제 요인중 하나다. 3월 중 울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2.86로 전년 같은달에 비해 2.4% 상승했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2월에 비해 0.1%, 2016년 3월에 비해 3.3% 각각 상승,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급증세로 돌아선 지역 가계부채 역시 소비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3월말 현재 울산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2월보다 1869억원 증가한 1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주춤거리던 울산지역 가계대출이 예금은행과 비예금은행 모두 큰폭의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가 살아야 경제도 사는데 대형소매점 소비도 감소추세에 있다. 3월중 울산지역 대형소매점 판매는 백화점(-7.1%), 대형마트(-4.7%)에서 각각 줄어 전년동월대비 5.8% 감소했다. 품군별로는 오락·취미·경기용품(-15.2%), 신발·가방(-15.2%), 의복(-7.9%), 화장품(-5.5%), 음식료품(-4.5%), 가전제품(-3.8%) 순으로 감소했다.

동남권 내 부산과 경남은 대형소매점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4.8%와 6.0%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울산의 상대적인 소비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 유통가는 5월 황금연휴를 공략해 다양한 경품행사와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소비 활성화보다는 일자리를 늘리고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녹색소비자연대는 “연령별로, 지역별로 소비 및 소득감소에 대한 응답률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나고 있어 대상별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발간한 ‘가계소비의 동향과 구조적 정체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가계소비 정체는 소득 증가의 둔화, 특히 비근로자가구의 소득 정체가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회복 신호들은 반갑지만 적어도 가계 부문은 지표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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