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5월8일은 원래 어머니 날이었다. 1956년 지정된 어머니 날은 아버지가 서운해한다는 이유로 1973년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실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치자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꿈치도 못따라 간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점심을 때워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빨래를 방망이질 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손톱을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질러져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 뒤꿈치 다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끄덕 없는 어머니…/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다/외할머니 보고 싶다//그것이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심순덕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탈무드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소설가 조정래의 부인 김초혜 시인은 시 ‘어머니’에서 ‘쓴 것만 알아/쓴 줄 모르는 어머니/단 것만 익혀/단 줄 모르는 자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말없는 희생은 어머니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속을 비워간다//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공광규 ‘소주병’

어렸을 때는 부모의 은혜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철이 들어 효도를 하려 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은 봉양하고자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네)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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