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 희망의 돛을 달자-지상좌담회

▲ 울산시 북구 염포정에서 바라본 울산항과 울산석유화학단지가 화려한 조명으로 울산의 밤을 밝히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산업수도 울산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경상일보가 15일 창간 28주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조국 근대화와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해 온 산업수도 울산이 ‘광역시 20주년’ 성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다. 안타깝게도 제조업 도시 울산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산업 성장력이 약화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경상일보는 이에 울산의 학계과 상공계, 전문연구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지상 좌담회를 통해 울산의 위기진단 및 미래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 좌담자
·UNIST(울산과학기술원) 정무영 총장
·울산대학교 조홍래 산학부총장
·울산상공회의소 차의환 부회장
·울산발전연구원 황시영 원장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장광수 원장

-울산경제가 주력 산업의 성장성 둔화로 최근 수년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고, 위기를 딛고 다시 미래로 나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 정무영 UNIST 총장

벤처 창업 활성화시키고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정무영 총장= 낮은 인건비와 대대적인 R&D 투자를 무기삼아 맹추격 중인 중국의 도전 속에서 차별화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대한민국은 수출하지 않으면 죽는 나라이다. 그렇기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원하는 차별화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태화강의 기적’을 재창출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으로 끊임없이 도약하는 ‘기술 중심 벤처’의 육성 또한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부가 가치의 핵심 원천기술 기반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 조홍래 울산대 산학부총장

 

바이오메디컬산업 등
첨단 의료산업 육성해야

△조홍래 부총장=울산이 기존 주력산업에 안주해 온 측면이 있다.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울산의 미래 핵심 전략산업으로 추진한 것은 바람직하다.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는 울산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울산대와 유니스트의 연구력을 활용해 암진단 및 치료, 신체면역기반 치료, 게놈기반 개인 질병 진단·치료 등 생명·바이오·의학 분야를 육성해 나간다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 울산의대는 서울아산병원 등 3개 연계 병원 4500병상·3000여명의 의료진을 활용해 연구·임상시험 등을 시행할 수 있다.

 

▲ 차의환 울산상의 부회장

 

일자리 있으면 인구 유입
서비스산업 육성 시급

△차의환 부회장= 울산의 위기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장치산업, 노동집약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울산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는 불가피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2000년 이후 불규칙적 성장이 고착화되는 현상에 대한 보다 면밀한 대응을 간과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장동력의 창출과 가치 창출이 지연된 셈이다.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에 속도를 높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4차산업혁명에 부응하는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서둘러 시장 선점에 전력해야 한다.

▲ 황시영 울산발전연구원장

 

지능형 ICT산업 육성으로
첨단분야 일자리 창출해야

△황시영 원장= 울산의 제조업 분야에서 3대 주력산업의 비중은 2014년 매출액의 84.4%, 부가가치의 82.7%로 경제의 의존도가 매우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저유가 등으로 주력업체들의 수출이 급감하고 매출액과 부가가치 등 성장성이 저하된 것이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업종의 무리한 수주활동은 지역 조선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게 됐다. 울산경제의 새로운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주력산업의 고도화, 서비스산업 육성, 신성장산업의 발굴 등이 필요하다.

▲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산·관·학·연 혼연일체로
첨단R&D·인력양성 나서야

△장광수 원장= 대기업 중심의 주력산업 성공신화가 산업·인력의 편중을 초래해 주력산업의 침체 시에는 지역경제의 복원력이 작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ICT융합을 통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스마트시티 구축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수요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ICT산업 및 S/W융합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관·학·연이 혼연일체가 되어 규제 철폐, 첨단R&D 활성화, 인력양성 등에 나서야 한다.

-울산은 주력산업의 성장 둔화현상이 역력하지만, 이를 보완할 신성장 산업 확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은 주력산업의 생존방안은?

△정무영 총장=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적극적인 R&D에 나서 핵심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IoT, 스마트센서,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스마트 팩토리, 정보보안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들을 산업현장에 접목·융합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오는 9월(13~14일) ‘제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울산 포럼’을 다보스포럼과 공동 개최한다. 제조업의 미래를 고민해 보고, 울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홍래 부총장= 조선은 노동집약에서 이제 설계 등 원천기술을 축적해야 하며, 화학은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해당 기업이 R&D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의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안전을 위한 ICT 및 빅데이터를 이용한 안전 설계, 예를 들어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운전 중의 조그마한 신체 변화 등을 감지해 차의 자동정지 및 위험신호 도출 등 의료와 접목하는 R&D도 필요하다.

△차의환 부회장= 성숙단계 정점을 지난 주력산업은 산업구조적으로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될 것이다. 자동차는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취약성 극복이 급선무다. 특히 미래시장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거시적 관점의 저조한 투자를 대폭 높여야 한다. 조선은 수주물량보다는 ICT융합 등 기술력 위주의 고부가가치로 정체성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은 탈석유화와 저탄소화로의 전환을 가속화 시킴과 동시에 특정국가의 수출비중을 줄이는 시장다변화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황시영 원장= ‘초연결·초지능·대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울산의 주력산업은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빅데이터, 로봇, 4G/5G 등 ICT과의 접목과 활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친환경·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조선산업은 최적·안전·자율무인운항 선박 개발, 석유화학산업은 생산공정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한다. 3D 프린팅, 스마트팩토리 등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융합 응용기술·신소재 및 부품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장광수 원장= 주력산업의 생존과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의 룰에 맞추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인공지능, 사물통신, 빅데이터 및 로봇 등을 접목한 세계적인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십 구현을 통해 생산효율 및 품질향상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십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자원화하여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중에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제조서비스 산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울산은 저출산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미래 사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구 감소는 도시의 성장잠재력 하락이 우려된다. 인구절벽시대 울산이 나아갈 선택은?

△정무영 총장= 울산도 인구절벽 문제에 대비해야한다. 고령자를 위한 전문 취업교육, 임금피크제 등 퇴직자의 기술력과 경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시니어 창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등 산업구조를 ‘100세 시대’에 맞도록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은 미래 혁신기술을 통한 고부가 가치 산업 육성으로 대응하고,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출산 장려정책도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초·중·고교 설립 등 교육제도와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조홍래 부총장= 인구절벽 문제는 저출산뿐만 아니라 인구 이동을 억제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울산도 고령화 진행과 퇴직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안정적 정착과 ‘제2의 고향’ 정책 등이 필요하다. 고소득·고자산자가 많은 울산의 퇴직자들을 감안해 부가가치 높은 노후 정주여건 강화 및 실버산업 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정부가 복지 정책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과 소통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행복한 공동체 건설’은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며, 그것이 기업 존재가치임을 인식·설득해야 한다.

△차의환 부회장= ‘인구절벽’ 시대로 지칭되는 저출산·고령화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이다. 최근 울산은 주력산업의 경기침체와 저출산 기조가 겹치면서 인구가 감소했다. 도시의 인구감소 요인은 일자리가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일자리가 있으면 인구가 유입되고, 소득이 있으므로 출산하려는 동기가 부여될 것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나아가 정부중심의 정책을 뛰어넘는 지자체 고유의 출산정책 수립을 시작할 때다.

△황시영 원장=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통적인 제조산업이 점점 스마트해지고, 1인당 노동생산성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향상될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맞은 울산의 생산능력 제고와 성장잠재력를 강화하려면 4차 산업혁명 연관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또한 온 디멘드(on-demand) 경제의 시대, 즉 다품종 소량생산, 개인이 중심이 되는 다양성의 시대, 소비자가 언제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부응하는 인력양성과 재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광수 원장= 울산의 인구감소는 광공업생산, 수출,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 악화와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 타지역 전출자의 절반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데 우려가 크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적합한 여러 신산업을 뿌리내리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주력산업의 신규 고용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ICT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3D프린팅, 드론, 디지털콘텐츠, 바이오메디컬 등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조업 도시 울산에도 4차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생산 및 서비스 자동화는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울산의 살아남기 전략은?

△정무영 총장=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벤처 창업을 활성화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젊은 인재들의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기회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의 트렌드에 따라 중소기업의 제품이 대기업에 도전하는 시대가 열렸다. 중소기업이 특화된 기술·시장경쟁력을 확보해 판로를 개척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선진국형으로 고도화·수평화시켜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육성해 미래발전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조홍래 부총장= 지난 3월 울산대서 열린 아시아대학총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창의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울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존하는 도시이면서 중후장대한 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되지만 아직 산업의 사이클을 볼 때 타도시 및 개도국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환경·에너지산업, 3D·빅데이터를 이용한 첨단 의료산업 등으로 쉽게 접목 가능하다고 본다.

△차의환 부회장=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는 산업으로의 재편이 최우선 되어야 하며,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고효율의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토록 소비자 중심의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시장 규모 23조원(2020년 기준)의 3D프린팅 산업과 1경원(2012년) 규모의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개발과 산업화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텔레커뮤니케이션 기반시설이 도시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스마트 시티를 구축해 취약한 ICT산업을 육성하고 산업혁신을 선도하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황시영 원장= 울산의 단순 조립 업무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과 관련이 많다. 기존 ICT산업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능형 ICT산업 육성을 통한 첨단분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지역 산·학·연·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전제로 민간 제조업 분야의 전문 지능형 ICT 기업이나 3D프린팅 기술 서비스 전문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 시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공공분야 전문 지능형 ICT 기업 육성 등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장광수 원장= 울산에 적합한 신산업을 발굴,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의 경우 울산에는 제조산업데이터, 공공데이터, 에너지데이터 등 풍부한 데이터자원이 있다. 이를 수집·활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또 3D프린팅 관련 장비·서비스산업, AR/VR 및 게임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컨텐츠산업, 게놈, 원격의료, 재활로봇 등의 바이오메디컬 산업, 드론산업 등도 고용창출을 가져올 신산업으로서 기대된다. 정리= 김창식기자 goodgo@

편집= 김준영기자 jy257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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