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의 환상에서 깨나지 않으면
산업수도 울산의 추락은 묘책이 없어
저성장 현실 받아들여 새 성장모델을

▲ 김창식 경제부장

울산 경제가 고도성장을 멈추고 후퇴기에 접어든 것인가? ‘인구절벽·소비절벽’ 시대 울산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인가? 시각차는 있지만, 대다수의 지역 경제 주체들은 국내외 경기상황이 좋아지면 울산경제도 바닥을 찍고 다시 성장궤도를 올라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여전히 건재해 미국 디트로이트나 서구 유럽의 공업도시처럼 ‘몰락’의 상황으로 가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발표된 울산의 경제지표를 보면 무역으로 일어선 ‘울산의 기적’이 무역으로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울산은 무역의존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도시다. 전국 지자체 평균보다 무역의존도는 3배 가량 높다. 지난 50년 조국근대화의 주역이자 ‘태화강의 기적’을 만든 것도 수출과 수입 등 무역이었다.

울산의 영광을 있게 한 수출은 지난 2011년 지자체 최초로 100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계속 곤두박칠 치면서 지난해(652억달러)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수출1위 도시의 영예는 경기, 충남에 밀려 3위권으로 주저앉았다. 급기야 올해 4월 수출액은 경남에도 밀려났다.

울산의 굴욕은 이게 끝이 아니다. 수출이 격감하면서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울산의 위상은 굴욕적인 수준으로 추락했다. 울산수출액의 전국 비중은 2011년 18.28%에서 지난해 13.2%로 뚝 떨어졌다. 이는 2001년(13.26%)과 비슷한 수준이다.

울산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 주체(기업인·관료·정치인)들이 부자도시의 환상에서 젖어 제대로 문제점을 인식,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울산은 시나브로 ‘잃어버린 15년’이란 상혼을 입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울산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도처에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울산의 산업구조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제조업 편중구조다. 2%도 채 안되는 대기업이 부가가치의 80% 가량을 독점,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더 이상 지역에서 공장을 짓지 않고 있고, 경제의 뿌리격인 영세한 중소기업은 투자와 고용의 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투자­고용­소비의 순환고리가 삐걱거리면서 ‘탈울산’ 행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지난 20015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7개월 동안 무려 1만4155명이 ‘엑소더스 울산’을 감행했다. 주택매매 거래와 가격하락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울산경제의 성장엔진은 꺼져가는데도 경제를 다시 회생시킬 책임 주체들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자포자기식 상황은 벌써 7년째 지속되고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울산경제포럼에서 울산경제의 책임 주체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의미심장한 조언을 던졌다. 작금의 울산 경제 위기는 일시적인 불경기 등과 같은 경기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절벽이 가져온 저성장 시대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50년 성공 경험이 뼈 속에 박힌 울산이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드는데 한국에서 가장 뒤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소비절벽’ 등 저성장의 시대, 울산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고도성장의 환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 저성장의 현실을 수용하고, 사고와 발상을 전환해 대비해야 한다. 경제 책임 주체들은 경제변수 탓만 할게 아니라 저성장·인구절벽·소비절벽이란 현실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준비해야할 때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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