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기자 사회부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 사전에는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msumer)가 합쳐진 합성신조어로 악성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라고 돼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용하다가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환불, 교환을 요구하며 때에 따라서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하는 식이다. 멀쩡한 음식물에 고의적으로 이물질을 넣어 보상금을 챙기는 사람들이 블랙컨슈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60대 부부의 억울하고 황당한 사연을 들었다. 얘기는 이렇다. 대형마트에서 유리냄비를 행사가로 싸게 구입해 처음 사용했는데 그만 유리냄비가 파손돼 음식물과 함께 이를 삼켰다. 당연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음식물에서는 1㎝가 채 되지 않는 파손된 유리조각이 나왔다. 하지만 몸 속에 유리조각이 있다는 사실은 이들 부부에게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고, 원인 모를 두통이나 설사도 앓았다.

그러나 정작 부부가 분노하는 건 이후 대형마트나 유리냄비 제조업체의 태도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처럼 병원 검진 권유를 하고, 검진비용도 추후 다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 노부부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증거품인 유리냄비도 맡기고 100만원에 달하는 검진비용도 우선 부담했다.

결정적으로 이들 부부는 대형마트와 유리냄비 제조업체에 아무 의심없이 증거품인 유리냄비를 맡겼다. 증거품은 유리냄비 제조업체에 무사히(?) 배송됐다. 택배 배송과정에서 파손(?)됐다는 말과 함께 이들의 태도는 그때부터 180도 바꼈다는 게 부부의 주장이다. 택배 포장과정에서 파손되지 않게끔 에어캡으로 싸고, 택배기사에게 유리제품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는데도 말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제는 파손 원인이 소비자 부주의였는지, 불량품이었는지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와 냄비 제조업체의 대응과 태도가 적절치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심이 드는 부분은 많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과연 부부는 블랙컨슈머였을까? 정말 유리냄비는 택배과정에서 파손됐을까?

정세홍 기자 사회부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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