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소방본부, 소방차 길 터주기 시민 참여 훈련

▲ 울산시소방본부가 23일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심한 주요 6개 구간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시민 참여 훈련’을 실시했다. 소방차들이 울산시청을 지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동부소방서 위주 4곳 동시 시행
교통정체 심한 주요도로서 실시
움직임 없거나 끼어드는 차량도
예상시간 20분보다 10분 더 걸려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저라도 먼저 나서서 꼭 비켜줘야겠어요.”

지난 2015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울산판 ‘모세의 기적’은 재현되기 힘들까. 울산지역 4개 소방서가 23일 일제히 시행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나선 소방차량에 동승해보니 아직까지 시민들의 ‘양보의식’은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사이렌을 켠 소방차량에 흔쾌히 길을 터주는 시민도 있었지만 여전히 소방차를 본체만체 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취재진처럼 훈련에 참여, 소방차량에 동승한 시민 신경희(여·51·동구 전하동)씨도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취재진과 신씨는 오후 2시20분부터 울산 전역에서 시행되는 소방차 길 터주기 시민 참여훈련에 동행했다. 동부 3곳을 비롯해 중부, 남부, 온산 등 4개 소방서는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심한 주요 도로를 선정해 실시했다.

주요 정체구간과 훈련 도중에 사이렌을 켠 점 등을 감안, 전체 훈련 시간은 약 30분 정도가 걸렸다. 당초 예상했던 20분보다 10분 가량 늦어진 것이다.

취재진이 탑승한 소방차량은 동부소방서에서 출발해 문현삼거리~동구청~현대백화점~일산해수욕장 사거리를 돌아 다시 동부소방서까지 13㎞를 돌아왔다. 오후 2시20분이 되자 소방차량 5대가 일제히 출발했다. 다만 훈련임을 감안해 모든 신호와 과속카메라 등은 지키면서 주행했다.

실제상황이 아닌 훈련이라고 하지만 소방차를 보고도 길을 터주는 차량들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비키려는 움직임도 없거나, 오히려 소방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도 간간히 목격됐다.

동행 도중 불시 긴급출동훈련이 시작됐고 곧이어 소방차가 사이렌을 켰다. 일부 시민은 사이렌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소방차에 길을 터줬다. 그러나 소방대원이 “앞에 차량, 우측으로 붙어주세요”라고 방송했음에도 들은 척 만 척 하는 차량도 있었다.

동승 체험이 끝나고 난 후 신씨는 “위급상황 발생 때 길을 터주는 시민의식이 많이 나아진 것으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119 소방차에 직접 타보니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 상황이었으면 (차량들이 잘 비켜주지 않아) 얼마나 위험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저라도 소방차량을 목격하면 꼭 비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훈련은 동부소방서 위주로 진행, 4개서에서 훈련거리 총 60여㎞, 차량 27대, 인원 200여명이 동원됐다.

또 의용소방대원 120여명은 신정시장 등 13개 재래시장 인근에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금지, 긴급차 양보의무 준수 등 가두캠페인 활동과 홍보물 배부 등 홍보 캠페인도 진행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긴급차 출동로 양보의무는 운전자로서 최소한 준수해야 할 기본이고 상식이다”며 “긴급차 출동 시 당황하지 말고 도로의 좌·우측으로 차량을 이동시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바란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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