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면 임금인상 불가피
수출부진 기업체엔 위기가 덮친격
자칫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까 걱정

▲ 김창식 경제부장

주력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 산업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분쟁, 노사갈등 등의 경제악재 쇼크에 빠졌다. 노사갈등과 실적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조선 관련 중소기업들은 뚜렷한 대안 없이 최저임금 인상시 치솟을 비용부담 우려에 한숨소리만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부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비용부담분을 상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경비절약 등 마른수건을 다시 짜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로선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중기중앙회 조사(복수답변) 결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땐 ‘신규채용 축소’(56%), ‘감원’(41.6%), ‘사업 종료’(28.9%) 등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답변이 예사롭지 않다.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앞선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임금 근로자가 많은 대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기업들 역시 연봉 자체는 높지만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성과급 비중이 큰 임금 구조를 갖고있다. 임금총액 대비 최저임금이 40~60%에 미달하는 대기업이 부지기수여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역 산업계의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또다른 현안은 통상임금 갈등이다. 기아차 노조가 사측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주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해 달라는 소송 결과가 기업에 미치는 후폭풍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 결정을 앞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1심 선고에서 노조의 요구를 모두 인정할 경우, 기아차는 당장 3조~5조의 비용을 떠안게 되고 재계 전체로도 20조~30조원대의 노동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칫 노사갈등에다 실적감소 악재에 처한 자동차·조선업계를 비롯한 기업의 성장동력이 꺾이고 산업계 전반은 총체적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기아차가 3조원 이상의 비용을 결산에 반영하면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게 된다. 자칫 기아차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지분 33.88%를 가진 현대차도 지분 비율만큼 적자를 떠안게 돼 ‘도미노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반기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영업이익이 격감한데다 최근에는 현지 부품업체들의 대금 지급지연 여파로 중국 4개공장이 가동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지역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고질적인 노사갈등이다. 현대차는 올해로 6년 연속 노사분규에 휩싸여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올들어서만 노조의 부분파업에 차량 3만8000여대를 만들지 못해 8000억원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의 생산차질은 곧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진다. 고래 싸움에 부품업체들의 등만 터지는 꼴이다. 일감부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올해로 3년 연속 파업의 파고가 일고 있다. 하반기에는 파업에 더해 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가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처한 환경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이요, ‘첩첩산중’이다. 기업들의 생산과 수출은 감소하고 생산성은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지만, 노사현장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위기상황에서도 노조는 기득권을 거머쥐고 고통분담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 도시 울산에선 노사간 상생과 협력의 생존공간은 없는 것인지 잇단 악재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묻고픈 울산의 오늘이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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