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기자

영화 ‘명량’ ‘군함도’ ‘박열’. 세 영화는 총합 2500만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일본 관련 소재가 한국에서 통한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사실과 만행을 잊지말자는 의미도 포함한다.

현재 동구 방어진에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노후화된 구 도심을 재생시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어진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어업 수탈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물론 낙후된 동구지역의 구 도심 방어진을 재생시켜 관광자원화하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정부에서도 사업 의미를 인정했기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

문제는 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성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구체적 사업 계획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진다. 일본인 주거문화 이해와 체험, 히나세 골목길 축제 참가, 일본 전통의상과 식사, 목욕문화 체험 등 옛날 일본생활을 체험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향후 사업이 완료돼 많은 관광객들이 방어진을 찾았을 때, 단지 일본인 문화를 체험하는 곳으로 인식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 “방어진에 왜 적산가옥이 있는지, 왜 일본 유적이 방어진에 있는지?”에 대한 대답없이 그저 체험공간으로 단절된다면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떠받드는 ‘도요쿠니 신사’가 있다. 과거 일본의 침략을 상징하는 도요쿠니 신사 앞에서 한국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거나 기도를 하고, 가족의 건강, 취업, 재물운은 물론 남북통일 등의 소원을 한글로 걸어놓기도 한다. 제대로 된 과거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참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방어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단계에 있어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명호 동구청장은 “역사적 교훈과 의미가 담긴 콘텐츠를 사업에 반영하고, 역사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관광자원과 함께 균형있게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관광자원화와 함께 역사적·교육적 의미의 콘텐츠가 추가돼 반영된다면 방어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더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방어진이 발전·재생되기를 기대한다.

정세홍 사회부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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