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경기불황 영향...일감 없어 일용직도 별따기

▲ 27일 새벽 울산 중구 학성공원 일대의 한 직업소개소를 찾아온 근로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불황 영향
일감 없어 일용직도 별따기
체임 지난해보다 더 늘고
주요 사업장 노사갈등 심화
썰렁한 시장, 상인들 시름

추석연휴를 불과 며칠 앞둔 27일 새벽 5시, 공사현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울산 중구 학성공원 일대의 한 직업소개소. 명절을 앞두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근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근로자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문이 열리지 않은 직업소개소 앞을 서성거렸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자 사무실안은 금세 근로자들로 가득찼다. “IMF시절보다 더 어렵다”며 한숨을 쉬는 무리 속에 현대중공업 점퍼를 입은 근로자들이 다수 있어 어려운 지역 경기상황을 짐작케 했다.

최장 10일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산업수도 울산은 지속적인 경기불황과 노사갈등 속에 기대보다 한숨소리가 더 가득하다.

◇직업소개소 새벽부터 문전성시

이곳 직업소개소에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어림잡아 5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찾아왔다. 50여명 중 30여명은 일자리를 구하고 공사현장으로 떠났지만 남은 20여명은 끝내 이름이 호명되지 않아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배관 일을 하고 있다는 40대 남성 A씨는 “일감이 없어 회사에서 쉬라고 한다. 주말 특근, 잔업도 없어 이곳을 통해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용직으로 일한 적이 몇 번 있다”며 “오늘도 회사에서는 일이 없다고 쉬라고 하더라. 그래도 가족도 있고 대목도 코 앞인데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해서 왔다”고 말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들이 20% 정도 늘었다”며 “반면 일자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이는 상황이라 일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추석대목 옛말…임금 체불만

구조조정과 분사 등 각종 이슈 속에 최악의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지역은 추석대목을 잊은지 오래다. 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을 앞두고 근로자들의 지갑 여는 소리가 가득찼던 동구 전하시장은 이날 오가는 사람은 없고, 하루종일 내린 빗소리만 가득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예년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대목은 기대도 안한다”며 울상이었다.

이영필 전하시장상인회장은 “10년 전만해도 추석·설 등 명절 때는 시장이 사람들로 북적거려 발디딜 틈도 없었다. 그 시기엔 일 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며 “요즘은 현대중공업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시장에 와서 돈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역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울산에는 추석보너스는커녕 임금조차 제때 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울산 전체 체불임금은 308억원 규모로 지난해 281억원보다 27억원 늘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임금체불액이 400억원을 기록했던 울산은 올해는 이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울산대학교병원, LG하우시스 등 주요 사업장의 노사마찰로 임단협을 끝내지 못해 이래저래 추석명절을 맞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김준호·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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