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기자

어선 수리를 위해 1929년 방어진에 철공소가 설립되고, 9년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의 전신인 조선중공업주식회사가 한국 근대 조선공업의 시발점이다. 당시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조선소를 짓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런던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선박 컨설턴트사 A&P 애플도어의 롱바톰 회장을 만나 한국은행권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 사람이 당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넬슨 제독도 엎드린다는 이순신 장군이다. 우리의 잠재력을 믿고 도와달라.” 이 일을 계기로 한국 조선업은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고, 1993년에는 수주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한다. 이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모든 지표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의 조선산업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조선업 경기가 덩달아 침체됐고, 한국 조선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나 조선업 구조조정, 경기 부황으로 현대중공업의 종업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세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뜩이나 구세가 약한 동구청의 내년도 세입 운영·전망이 밝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 조선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는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96만CGT로 월간 발주량 기준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중 우리나라는 세계 선박 발주량 중 49.3%인 146만CGT를 수주해 8월에 이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의 올해 누적 수주 실적(504만CGT)도 중국(509만CGT)를 바짝 따라잡았다.

이런 흐름이 반영돼 내년 말부터는 조선소의 일감 공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최근 늘고 있는 조선수주가 동구지역의 경기회복에 조속히 반영돼 지역주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정세홍 사회부 aqwe0812@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