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15일 창간

한국은행이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은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P 인상했다.

기준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래 6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작년 6월 이래 17개월간 이어진 사상 최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한국 경기 회복세 확실하다”“실물경기 위축우려?”

이번 금리 인상 배경에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확실하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건이 성숙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급증에 힘입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세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속보치)를 기록했고 10월 이후에도 수출 증가세는 견조하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올려잡았다. 내년 성장률도 3.0%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 기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워 실물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419조 가계부채 ‘비상’한계가구·영세자영업자 직격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늘어나는 가계의 이자 부담만 2조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위험가구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이는 곧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11.6%에 달하는 126만3000 가구에 금융부채규모는 전체의 21.1%인 186조7000억원이나 된다.

부채를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한계가구)와 영세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을수 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한계가구는 전체의 2.9%인 32만가구, 100여만명에 가계부채는 94조원에 달한다. 한계가구의 평균 소득은 4100만 원인데, 반해 부채는 7배를 넘는 2억9000만원에 달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P, 1%P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각각 8000 가구, 2만5000 가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1~2차례 인상 연말엔 2% 넘을 수도

한은은 금리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인상속도와 폭을 완만하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은 기준금리가 이번에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라선 데 이어 내년에 추가로 1~2차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3차례 인상을 보는 견해도 있다.

내년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는 경기 회복 속도와 부동산 시장 동향, 미국 금리 인상 횟수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연합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