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일자리 찾기 어려워...8개월짜리 공공근로 모집도

▲ 조선업계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주잔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야드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마땅한 일자리 찾기 어려워
8개월짜리 공공근로 모집도
경쟁률 13대1…1년새 10배
2015·2016 수주절벽 여파
현대重 일감부족 올해 최악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 동구에서 실직·퇴직한 50대 이상 베이비부머들이 행정기관의 기간제 근로자나 공공근로 등 단기 일자리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 기간제근로자 모집에는 1년만에 경쟁률이 10배나 증가하는 등 극도로 침체된 동구지역 경기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과 2016년 극심한 수주절벽 여파로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이 갈수록 줄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경우 일감부족에 따른 도크 추가 가동중단도 예고돼 있는 등 올해 최악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할 전망이다.

◇기간제 16명 모집에 208명 몰려

21일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시한 공원관리 기간제 근로자 16명을 모집(8개월)하는데 208명이 지원, 13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연령대별로는 208명 중 197명이 50대 이상이고 50대 이하는 11명에 불과했다.

앞서 동구청이 지난 2016년 실시한 공원관리 기간제 근로자 30명 모집(8개월)에는 41명이 지원한 바 있다. 당시 경쟁률은 1.3대1에 불과했는데, 1년만에 10배가 증가한 것이다. 당시에도 지원자 중 90% 가량이 50대 이상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공원관리 근로자 뿐 아니라 동구청이 실시하는 해수욕장 화단조성사업, 환경정비사업 등 단기 근로자와 공공근로사업 등 일자리를 찾는 50대 이상 남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력이 있고, 일할 수 있지만 일감부족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나 단기 일자리에 몰리는 것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동구지역의 고용보험 평균 피보험자 수는 6만9183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만5428명으로 19.9%가 감소했다. 반면 구직급여 신규신청자수는 2016년 6134명에서 지난해 7046명으로 14.9% 증가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줄어들고 구직급여 신청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8개월짜리 단기일자리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를 구할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힘들지만 우선 ‘보릿고개라도 넘자’는 심정으로 기간제 일자리에 지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올해가 진짜 보릿고개”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선업계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수주잔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극심한 수주절벽 때문이다.

21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월말 현재 국내 조선 3사의 그룹별(보유 야드 모두 포함) 수주잔량은 지난해 1월 대비 모두 감소했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그룹(삼호중공업, 미포조선 포함)의 경우 1월 수주잔량이 74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211척)을 기록해 그나마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0.2%↓)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23.8% 감소한 502만CGT(72척), 삼성중공업도 27.0% 줄어든 291만CGT(63척)에 그쳤다.

수주절벽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5년 1월과 비교하면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 감소폭은 더욱 커진다. 3사 모두 40% 이상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2015년 1월 수주잔량이 1367만CGT에 달했으나 3년새 무려 45.3%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월까지 41.8% 감소했고, 삼성중공업도 43.3% 줄었다. 야드(개별조선소)별 수주잔량도 3년전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23.3%,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는 36.3%,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44.9%씩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가 최악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6월 울산본사 4도크에 이어 지난해 3월 5도크, 7월 군산조선소 도크까지 3곳의 도크를 중단했고, 현대미포조선도 지난해 4도크 가동을 3개월 가량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현재 건조중인 해양플랜트 1기가 출항하면 추가적으로 해양사업본부의 도크도 가동중단이 예상되고 있어 올해가 ‘일감고비’가 될 전망이다. 차형석·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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