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등 워라밸 열풍 예고

대기업등 워라밸 열풍 예고
중기, 최저임금까지 이중고
중기 근로자, 수당감소 우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울산지역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며 변화를 반기고 있는 반면, 영세 중소기업 직원들은 연장 근로수당이 줄어들면서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대기업·공공기관 ‘워라밸’ 열풍

근로시간 단축은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일부 대기업은 개정된 근로기준법보다 더 많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면서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작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8+8시간) 근무제를 운용해 왔다. 특근하더라도 토요일에만 하게 돼 있어 최장 근로시간은 ‘평일 40시간+토요일 8시간’ 등 48시간으로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 2015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칼퇴’를 보장하는 ‘스마트 데이’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오후 6시 퇴근을 보장해 직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근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2016년 5월부터 공휴일 등 휴일근무 폐지에 이어 그해 7월부터는 고정연장 근로를 폐지하면서 사무직도 오후 5시가 되면 퇴근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도 올해 1월부터 근무시스템을 개편하고 주 52시간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신세계 그룹은 올해부터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LG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中企 “월급 크게 줄 것”

반면 근로시간 단축에 지역 중소기업들은 걱정과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근로환경은 더 나빠진데다 연장근로 단축으로 평소 받던 수당 등이 줄어들면 임금 감소를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울산 북구 효문공단에서 현대차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근로시간 마저 단축된다는 소식을 접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면서 “아직 시행 전이라 모르겠으나 실제 시행되면 영세한 곳을 중심으로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A씨는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으면 당장 받는 급료가 3분의 1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초과근로 시간이 많은 30~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연장근로가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임금이 지금보다 각 0.4%,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잔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해 급여가 줄어들게 됐다” “저녁이 있는 삶보다 빚 없는 내 집에서의 삶이 더 소중하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김창식·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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