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개정 협상...자동차분야 추가개방 1순위

▲ 현대자동차 선적부두. 경상일보 자료사진

한미 FTA 재개정 협상
자동차분야 추가개방 1순위
울산 대미 수출액 58% 점유
3년 연속 대미 수출액 감소
완성차 업체 직격탄 불가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 부과 면제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카드가 유력해지면서 갈수록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울산 자동차 산업에 위기감이 일고 있다.

특히 한미 FTA가 재개정될 경우 미국시장 수출장벽은 높아지고 국내 시장 잠식 비중은 높아져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의 고전이 예상된다.

19일 한국무역협회와 무협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교역에서 자동차 및 부품(HS코드 2단위 기준) 산업이 거둔 경상수지 흑자는 177억5000만달러다. 전체 대미 흑자(178억6000만달러)의 99.4%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의 대부분이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 부과 면제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내줄 유력한 대안 카드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제1수출국인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54억달러로 대미 수출액(93억5000만달러)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높다.

 

하지만 대미자동차 수출액은 2015년 60억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16년 55억달러, 2017년 54억달러로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다만, 대미 자동차 부품수출은 미 현지공장 생산 및 A/S용 부품 수요 증가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12년(5억1000만달러) 최고치를 찍은 이후 2015년 1억8000만달러까지 격감했다가, 2016년 5억8000만달러, 2017년 7억2000만달러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의 추가개방을 제1 과제로 삼고 있어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은 사실상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2018년 무역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한바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자동차를 양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협상에 있어 하나의 전략적인 방법인 것”이라며 “항상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철강을 연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국내 자동차시장 추가개방 실행 방안으로는 한미 교역에서 그동안 비관세 장벽 역할을 해온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2만5000대 할당하고 있는데, 이 안전기준 쿼터를 삭제하는 등 미국산 자동차 수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 말고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자동차 빅3를 중심으로 전통 제조업을 되살리는데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미 FTA 개정 협상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다만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산업에서의 양보인 만큼 무역구제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