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다는 표현, 18세기에 첫 사용”
채운 고전비평공간 규문 대표...시대별 풍경화의 변화 소개

▲ 22일 CK아트홀에서 열린 경상일보 비즈니스컬처스쿨(BCS) 제12강에 채운 고전비평공간 규문 대표가 ‘자연에서 풍경으로: 풍경화의 정치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덴마크 심리학자 에드거 루빈이 고안한 ‘루빈의 잔’(Rubin’s vase)은 샴페인잔 같다가도, 마주보는 두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채운 고전비평공간 규문 대표는 “이처럼 사람들은 눈 앞의 정보를 각기 다르게 바라본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인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2일 울산시 남구 CK아트홀에서 열린 제8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 12강은 채운 대표의 ‘자연에서 풍경으로: 풍경화의 정치학’으로 진행됐다. 채 대표는 시대와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자연이 어떻게 변해왔고 그에 영향을 받은 풍경화는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려줬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자연(Physis)이라는 말은 ‘낳다’ ‘생산하다’라는 뜻에서 파생됐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존재, 즉 신과 그 힘을 뜻했다. 교회가 발달했던 중세에도 역시 자연은 하나님이 만든 피조물로 자연 자체만으론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자연을 담는 풍경화가 발달한 것은 17세기 이후다. 종교화에만 머물던 중세미술은 전통에서 벗어나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 다양한 표현 장르로 분화됐고, 18세기 이후에는 풍경화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채 대표는 “사람들은 흔히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면 ‘그림같다’라고 말한다. 이는 18세기에 나온 ‘픽처레스크’, 즉 ‘그림같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당시 화가들은 그림같은 풍경을 그리기 위해 풍경화 속에 고딕 건축물을 인위적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8세기 풍경화가 가장 이상적인 자연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인 회화적 정경을 덧붙였다면, 19세기 풍경화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이상보다는 사실적인 자연을 주로 담아냈다.

채 대표는 “교외 개념이 발달했던 프랑스에선 자연을 도시화의 대칭적 산물로 인식했다. 이에 프랑스 바르비종 화가들은 자연과 전원풍경을 도시에 물들지 않은 자연 그 자체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마무리 하며 채 대표는 “우리는 같은 자연을 바라봐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프레임화한다. 요즘의 ‘자연’은 깨끗한 이미지만 떠올린다. 하지만 자연은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다. 있는 그대로가 바로 자연이다. 결국 사람과 시대가 어떻게 프레임 하느냐에 따라 자연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채운 대표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박사를 수료했다. 저서로는 <철학을 담은 그림> <근대와 만난 미술과 도시> 등이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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