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에 초대형선 74% 배정…현대重엔 중형선만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일감 몰아주기 논란 불가피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의거해 현대상선이 발주한 3조원 규모의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대우조선해양에 사실상 일감이 몰리면서 ‘조선 빅3’(Big3)간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KDB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현대상선은 같은 대주주 아래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최대 물량을 배정, 셀프배정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상선은 4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위한 조선사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올해 4월 선박 건조 제안요청서(RFP)를 조선사에 발송해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 건조의향서(LOI) 체결을 위한 조선사를 국내 ‘빅3’로 최종 선정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2만3000TEU급 12척은 2020년 2분기 인도가 가능한 대우조선해양에 7척 발주하고, 삼성중공업에 5척 발주한다.

1만4000TEU급 8척은 2021년 2분기 납기 가능한 현대중공업에 발주한다.

현대상선은 이 같은 결정 내용과 함께 LOI 체결을 위한 협의 요청을 각 조선사에 통보했다.

배정물량을 분석해 보면 초대형선의 74%는 대우조선해양에 배정됐고, ‘글로벌 빅1’ 현대중공업은 대형선 없이 중형선만 배정됐다..

조선업계는 이번 발주는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대우조선해양 일감몰아주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역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선·해운 업계 발전을 위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조선산언 발전전략’(초대형 컨테이선 20척을 포함해 벌크선 140척, 컨테이너 60척 등 총 200여척 발주)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예견돼 왔다.

업계는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이 과거 정몽준 대주주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지난 2005년 이후 현대상선에서 일감을 따내지 못해오다가 13년만에 일감을 딴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수주 목표액의 절반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목표액은 73억달러로 현재까지 36% 달성됐다. LOI(건조의향서) 체결 전으로 선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평균 선가를 고려하면 이번 수주 규모는 약 10억달러로 수주 목표의 13%에 해당한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목표액의 반을 수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표액은 각각 132억달러, 82억달러로 현재 33%(4월말 기준), 28%에 불과하다. 이번 수주로 수주액이 약 10%p 정도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조선사들이 제안한 납기·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현대상선 자체 평가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선소를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조선산업발전전략·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 추진위원회(특별위원장 김기현)는 이날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 8척 선박발주를 환영한다. 이제는 5조5000억원 공공선박 발주에 현대중공업을 포함시켜달라”고 밝혔다.

권명호 공동위원장은 “이번 선박발주가 현대중공업과 울산의 지역경제, 조선사업의 경기회복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면서 “정부가 2020년까지 선박 200척 이상을 발주하고, 올해부터 5조5000억월을 투입해 공공선박 40척을 건조하는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을 포함시켜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창식·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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