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견은 삶기고, 사나운 개는 손님을 물고

 

지방정부가 출범한 후 한달도 안돼 올여름 찜솥더위가 시작됐다. 찜솥 ‘찜’은 한자로 ‘蒸(증)’이라 한다. 이 한자는 물대야(一)에 물(水)을 담고, 그 위에 풀을 쌓은 뒤, 물대야 아래에 불(火)을 때는 형상을 하고 있다. ‘찜질(蒸)’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방을 한증막(汗蒸幕)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쑥이나 약초 등을 삶아 증기를 발생시킴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蒸(증)에 비해 烹(팽)은 열로 익히는 것을 말한다. 솥(亨)에 불(火)을 지피고 그 열로 음식을 익히는 것이다. <사기>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개를 삶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은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번 굴복한다’는 삼복의 첫번째 복날이다. 복(伏)은 찜솥더위에 개처럼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다. 마당의 개를 보면 긴 혓바닥을 내밀고 사지를 땅에 늘어뜨려 항복을 비는 형국이다. 매년 삼복을 통과해야 하는 개들에게 구팽(狗烹)의 공포는 가히 죽음이다. 동물도 죽음이 가까이옴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고 한다.

개고기는 구육(狗肉)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개는 대부분 견(犬)이 아니고 구(狗)다. 일제치하에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떠난 백성들 중 상당수가 ‘만주 개장사’를 했다. 이유는 남쪽의 광둥성, 광시성 등과 달리 만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 따라서 만주에서는 떠돌이 개를 데려와 팔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었다(황광해 음식평론가).

그러나 만주지역에 개가 많아진 것은 수렵에 필수적인 도구일 뿐 아니라 목숨을 지켜주는 동료였기 때문이다. 개는 주인을 맹종하는 품성을 갖고 있어서 명견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명견은 그 복종 때문에 삶기는 운명을 자주 겪는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한신은 <사기>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인용, 피를 토하며 말한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팽’ 당하는구나(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명견이 있는 반면 손님을 내쫓는 잡종 맹구(猛狗, 사나운 개)도 많다. 송나라 때, 어느 술도가 주인이 술맛이나 손님맞이나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는데도 술이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 결국 마을어른께 물어본 즉, 술을 받으러 오는 아이가 개가 무서워 심부름을 안하기 때문이었다. 자연히 술이 시어져 손님들은 발길을 끊었다.

나라의 정책을 밝히려고 할 때마다, 술도가의 사나운 개처럼 달려드는 족속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개차반(개茶飯, 개가 먹는 음식)’이 제격이다. 디지털미디어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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