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의 허리 소상공인·중소기업
장기불황에 최저임금 충격으로 허덕
은행권마저 삶의 터전을 흔들어서야

▲ 김창식 경제부장

며칠 전 60대 한 조선업 퇴직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는 현대중공업에서 41년간 종사하다 2016년 퇴사한 60대 조선업 퇴직자였다. 목소리에 다급함과 절박함이 가득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회사 퇴직시 노후 생계대책으로 모 시중은행으로부터 8억원을 대출받아 동구 화정동에 상가주택을 구입했다. 그런데 동구 상권이 조선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임대료와 독서실 운영으로 대출이자 갚기조차 어려워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은행의 가산금리 부과는 그를 절망에 빠트렸다. 고정금리 대출인데도 가산금리가 올라 최근 2년간 대출이자만 45만원 불어난 것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연합회 등이 결정하지만, 가산금리는 자본비용과 업무원가, 마진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는 은행대출의 가산금리 함정에 빠져 어렵사리 마련한 생활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같은 사연을 담아 청와대 게시판에 ‘매년 일방적으로 인상시키는 대출금리를 규제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냈다.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수출주도형 산업도시 울산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오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은 성숙기를 지나면서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부진에 빠졌고, 내수침체, 인구유출, 주택가격 하락, 최저임금 상승 등 울산을 짓누르고 있는 크고 작은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다. 20년전 IMF 외환위기조차 순탄(?)하게 넘긴 울산이 쉽사리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위기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

위기의 전조는 각종 경제지표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기업들의 제품 재고는 갈수록 쌓이고 있다. 고용시장은 IMF 이후 최악의 쇼크에 빠졌다.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제조업 취업자(6월 현재)는 벌써 26개월째 감소했고, 실업자는 불어나고 있다. 2분기 울산의 실업률은 5.0%로 1998년 3분기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5월말까지 31개월째 지역인구의 역외유출 행렬이 이어졌다.

울산경제의 허리역할을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최저임금발 충격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울산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최저임금이 올해 (16.5%)에 이어 내년도에도 대폭(10.4%) 오르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울산에는 소상공인 6만5000곳, 중소기업은 7만5000여곳이 있다. 관련 종사자만 50여만명으로 울산지역 경제활동 인구의 80%를 웃돈다.

“지금도 직원 월급주기 벅찬데, 내년 생각을 하면 캄캄할 뿐이다”(A 중소기업) “대출로 임금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절망적이다”(B 중소기업) “가족경영에도 한계가 있다. 폐업밖엔 탈출구가 없다”(C 소상공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으나, 불경기로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D 소상공인)

최근 속앓이를 하던 울산 중소기업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 실행계획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의 급속한 노동정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산업현장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용기(?)였다. 울산에서 쏘아올린 불복종의 신호탄은 대구와 인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핀다.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인들이 구조조정과 휴·폐업이 아닌 꿈과 희망을 깃든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대한민국 속 울산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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