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런던, 교통혼잡 극복하고 보행환경 개선

▲ 영국 런던을 찾은 세계각국의 관광객들이 템즈강변 산책로를 지나고 있다.

런던 대표 문화예술거리 ‘엑시비션 로드’
보도-차도 공존도로, 무단횡단사고 사라져
차량의 주행 속도는 철저히 보행자에 맞춰

템즈강 보행자 전용다리 ‘밀레니엄 브릿지’
교통혼잡 피해 다리위 걸으며 풍경들 즐겨
여러 영화속 등장 유명세 관광명소로 우뚝

영국 런던은 보행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또 트라팔가 광장 등 교통량이 많은 곳에는 혼잡통행료를 도입하는 등 보행자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963년 발표된 뷰캐넌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의 교통 혼잡을 혁신하지 않으면, 보행환경 악화는 물론 자동차로 누리던 혜택과 효용도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40여년이 지난 최근 런던시는 교통 혼잡을 극복하고, 보행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보행친화도시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보도와 차도의 공존, 엑시비션 로드(Exibition Road)

지난 6월말께 찾은 런던 엑시비션 로드. 길이 약 800m의 이 거리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V&A)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 세계적인 전시관 10여곳이 모여있는 거리로, 켄싱턴 가든에서 하이드 파크(Hide Park)까지 연결하는 명실상부한 런던의 대표적 문화예술거리다.

이곳이 엑시비션 로드, 즉 전시 길이라고 이름지어진 것은 18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런던시는 하이드 파크에서 제1회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는데, 사람들이 박람회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 바로 이 엑시비션 로드였다.

런던시에 따르면 당시 전 세계에서 박람회를 보기 위해 온 관람객은 600만명이 넘었다. 박람회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자, 런던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거리를 엑시비션 로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1881년 대영박물관에서 독립한 자연사 박물관을 필두로 여러 문화예술 관련 시설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었다.

문제는 이 거리에서 다양한 건축, 음악, 미술, 영화, 패션 등 거리축제가 진행되면서 거리를 점차 차들이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단 횡단 사고 발생이 잦았고 주변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은 연계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런던시는 이곳을 보차(步車)공존 도로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했다.

엑시비션 로드는 원래 넓은 차도가 있고, 양편에 좁은 보도가 있는 전형적인 자동차 중심 대로였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보차 공존 도로로 바뀌었다.

폭 24m의 차도 중 절반은 보행자 전용으로 쓸 수 있게 됐고, 나머지 절반은 자동차가 다니거나 주차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러나 보도와 차도 간 별다른 구분이 없어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차량의 주행 속도는 철저히 보행자에게 맞춰진다.

그 결과 잦았던 무단 횡단 사고는 거의 사라졌고, 엑시비션 로드를 찾는 사람들은 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이 거리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명소가 된 보행자 전용 다리, 밀레니엄 브릿지

런던에는 지난 2000년 밀레니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완성된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 바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세인트폴(St.Paul) 대성당을 연결해주는 밀레니엄 브릿지다. 1984년 런던브릿지 개통 이후 약 100년만에 템즈강에 새롭게 세워졌다.

밀레니엄 브릿지는 런던시가 지난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해 만든 보행자 전용다리로,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포함해 해리포터 등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교통 혼잡을 피해 다리 위를 걸으며 즐기는 템즈강 부근의 풍경과 뛰어난 야경으로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이 찾는 관광명소로 발돋움 했다.

트라팔가 광장, 옥스포드 스트릿, 엑시비션 로드 등 여러 사례를 통해 런던시는 지속적이지만 일관적인 보행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혼잡통행료 부과를 통해 차량을 불편하게 하고,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며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계속해서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브루스 맥빈 런던시 교통본부 수석계획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걷게 하되 안전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거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글=정세홍기자 사진=김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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