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정제마진 상승·시황개선 3분기 ‘깜짝실적’ 기대

화학, 원재료 가격 상승땐 수익성 둔화 실적 악화 우려

▲ 자료사진
국제유가가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정유업계와 화학업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3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잔치가 예고되고 있는 반면, 화학업계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수요 둔화 등 실적악화 우려로 울상을 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1.6%) 오른 7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종가 기준으로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틀 만에 고점을 갈아치운 셈이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4시 현재 배럴당 1.19달러(1.40%) 상승한 85.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공급차질 우려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면서 지속해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가격과 완제품 값의 차이를 말하는 정제마진이 좋아져 정유회사에겐 최대 호재로 작용한다. 증권사들은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3분기 호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SK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4762억원에서 7589억원으로 올리며 깜짝실적을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6291억원에서 8283억원으로 크게 올렸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을 6285억원에서 8197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증권은 S-OIL의 3분기 영업이익을 추정치보다 7.7% 증가한 3752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 본업이 지난 8월 중순 이후 급반등세를 보였고, 화학에서도 PX가 호조를 보인 것이 실적 강세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정유업계의 호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과 PX 시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달러까지 추락한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9월 넷째 주 배럴당 7.9달러로 지난 6월 대비 3.7달러 올랐다.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정유업계의 화학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PX 시황도 개선되고 있다.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만드는데 쓰이는 중간원료로, 3분기 PX 가격은 중국 PX 수요가 증가에 힘입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t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PX 스프레드가 호조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 ,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총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석유를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화학 업계들은 유가 상승이 원재료(나프타) 가격을 올릴 수 있어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수익성 둔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 하락 우려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쳐 52주 신저가로 떨어졌다. 한화케미칼 역시 화학제품 원료인 원유 가격이 오른데다 주력 제품인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가성소다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중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5733억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25% 줄어들 것”이라며 “시장 전망치인 6287억원에 미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규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이란 수출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강세 등으로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4분기에도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롯데케미칼에 대한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3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췄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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