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할 수 있다!’ 용기 주기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바꾸려 마라톤클럽 시작

2003년 경주서 열린 동아마라톤대회 첫 완주

‘할수있다’는 자신감 얻어…80세까지 뛰고파

▲ 시각장애인으로서 마라톤 풀코스 200회를 완주한 이윤동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회장이 기록에 대한 소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임규동기자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주변에 저로 인해 용기를 얻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계속해서 뛸 생각입니다.”

이윤동(62)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장이 최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제30회 진주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하며 ‘통산 200회 풀코스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비장애인도 쉽게 달성하기 힘든 대기록을 시각장애인이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로 달성한 것이다.

이 회장은 “처음부터 의도하고 뛴 것은 아니었다. 저는 전맹에 가까운 약시 장애를 안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마땅히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가 없었다”면서 “손만 잡아주면 가능한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바꿔놓고 싶었다. 그래서 25명 정도를 모아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을 만들었고 이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그는 지난 2003년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다. 실패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컸다. 그 때문에 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만 했다”며 “비장애인과는 다르게 (시각장애인이) 풀코스를 뛰기 위해서는 가이드러너도 필요하고 여러가지로 준비할 게 많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첫 풀코스를 뛰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던 그는 “하고 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고통을 즐기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전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은 마라톤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다. 고통을 이겨내고 맛보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마라톤 입문 7년만인 지난 2010년 처음으로 풀코스를 뛰었던 경주 동아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 100회의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가이드러너(동반주자)가 설명해주면 끈을 잡고 따라가는데 아무리 안내를 잘해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주자가 많을 때는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뛰기도 힘든 환경이지만 2010년 이후에도 8년동안 쉬지 않고 뛰면서 풀코스 완주 200회를 달성했다.

이 회장은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거나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나에게 뛰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욕심 같아서는 80살까지 뛰고 싶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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