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위기 진단 및 재도약 방안(상)

▲ 본보 창간30주년을 맞아 2019년 울산 경제 대진단을 위해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오정택 울산발전연구원장, 김동섭 UNIST 교수,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등 경제 전문가들을 초빙, 특별대담을 가졌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2019년은 울산광역시 승격 22주년이 되는 해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인한 울산산업의 위기·지역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산업생산, 투자, 고용, 소비 지표 모두 부진하다. 미국-중국간 무역갈등, 세계경제 불확실성 등 글로벌 경제 변수 속에서도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과 수출부진, 만성적인 노사분규 등은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지역 경제 전문가 대담을 통해 울산의 위기를 진단하고, 재도약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오정택 울산발전연구원장
주력산업 스마트 팩토리 조성과
ICT 기반 전후방기업 육성 절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광주형과 다른 일자리 체계 준비
중기 경쟁력 강화 지원정책 필요

김동섭 UNIST 교수
지방정부 중심 SOC사업 육성과
주요산업 다양화로 고용 창출을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정부 주도의 신산업 육성 투자와
소비자 중심 기업 생태계 구축을

△대담자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오정택 울산발전연구원장, 김동섭 UNIST 교수(UNIST 4차산업혁신연구소장),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새해 울산 경제의 가장 현안은 일자리 창출이다. 제조업의 일자리가 없어 벌써 30여개월 이상 인구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울산이 단·장기적으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전영도 회장= 4차산업 혁명시대의 도래로 지역 기업들은 최우선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스마트공장 추진과 3D프린터에 기반한 상품생산 등 공장자동화와 울산시의 제조업 고도화, 첨단화학산업, 바이오메디컬산업, 에너지 신산업 추진에 힘입어 더 다양하고 양질의 일자리 생겨날 것이다. 또한 북방경제시대가 현실화 된다면, 북한을 넘어 러시아와 유럽으로까지 지역경제의 길이 열릴 것이고 우리의 기술과 자본의 투입에 편승해 인적자본의 수출길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오정택 원장= 단기적으로는 청년, 여성, 신중년(5060세대), 노인 등의 취약계층들의 직업능력을 배양하고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의 시행이 시급하다. 중앙정부의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직접일자리, 직업훈련, 고용장려금, 고용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사회복지서비스와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생활 SOC 구축 사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섭 교수= 단기적인 제안은 지방 정부 중심 SOC 사업이다. 지방·중앙정부의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주변 시설 개선, 도로 개선, 설비 확충, 재래시장 개선 등의 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은 실제 사업성 검토와 투자가 이뤄지기까지에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성공확률도 높지 않은 장미빛 그림이다. 장기적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주요산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울산시도 정부 산학이 합동해 의료산업, 2차전지 등과 4차 산업 혁명 기술이 접목된 경량 전기자동차 메이커스랩(Makers-Lab) 산업, 중공업의 새로운 수요 발굴(아시아형 크루저선, 친환경 스마트 선박 등)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펼쳐야 한다.

-차동형 원장= 지역산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고용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전략 방향을 마련하고, 산업구조 변화과정에서 핵심 중소기업 유치, 지역 중소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 미래 자동차산업, 에너지산업(수소산업, 부유식해상풍력) 등 신산업을 선도할 핵심 기업, 우수 중소기업이 부족하다. R&D기반 마련, 우수기업 유치 등 산업성장을 위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산학연관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우수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전기·수소차 시대의 도래로 울산의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페러다임 전환기에 생존의 위기에 처한 기존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존방안은?

-김동섭 교수= 전기차와 수소차가 미래의 대세이기는 하지만 점진적인 진전이다. 현대차의 2030년 수소차 생산계획은 현재 생산 캐파(연 900만대)의 7%에 불과한 수준이다. 자동차 품종의 다양화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도 더욱 심화 된다. 그 이전에 지금 특정 대기업 집중납품의 생태계는 무너질 것이다. 자동차 부품사는 이제 생산성과 단가에 초점을 맞출것이 아니라 제품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지금부터라도 산업단지, 협동조합 중심으로 제품 혁신을 위한 산학 협력이 촉진돼야 한다.

-차동형 원장= 울산은 기존의 내연기관자동차와 친환경자동차에 공통 적용되는 차체·의장·섀시 부품이 전체 부품업계의 80% 이상을 차지해 자동차산업에 영향은 비교적 적은 상황이다. 반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부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은 생존문제와 직결된 사항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R&D지원, 기술지원, 사업화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근로자 연봉 3500만원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놓고 현대차와 광주시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울산에 주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동섭 교수= 한국내에 이웃에서 임금의 절반으로 공장이 운행 된다는 것은 초기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지속 가능성은 의문시 된다. 현대차 노조에게는 현재 권리주장 위주의 투쟁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된다. 현재와 같은 노동형태의 일자리는 결국 줄어든다. 투쟁으로 유지하려는 것보다 단순 조립분야의 로봇 대체 등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하기 위한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측과 노조간에 내가 희생이 나의 권리 주장보다 먼저라는데 인식을 같이할 때 변화된 사회가 이뤄진다.

-차동형 원장=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나름 지역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상생고용 실현을 목표로 대·중소기업 격차완화와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울산을 미래자동차 산업의 허브 등 미래신산업 분야의 중심 도시로의 준비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와는 다른 울산지역 일자리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등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시장·경영정보 등에 대한 지원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중후장대형 장치형 산업이 주력인 울산에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울산이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에 재빠르게 탑승하지 않으면 기업의 부가가치 하락과 일자리 감소 등 경쟁우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4차 혁명시대에 주력제조업 및 신산업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전영도 회장= 먼저 정부주도의 신산업 육성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의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인 ‘I-Korea 4.0’, 울산광역시의 ‘파워시티 울산’ 등 정부 주도 성장산업에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과 투자를 병행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전통적인 제조방식에서 탈피, 스마트공장을 통한 생산방식과 기술의 고도화에 앞장서야 한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생존의 문제이며, 동시에 소비자 중심의 기업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오정택 원장= 산업별로 맞춤형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주력산업은 부품 입고부터 생산라인, 완제품 물류까지 전 과정에 대한 스마트 팩토리 조성이 시급하다. 그리고 ICT 기반 전후방에 있는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주력산업을 고도화 할 수 있는 SW분야 기업들을 집중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공략해야 한다. 울산이 확보하고 있는 원천기술력과 R&D가 강점인 게놈·바이오, 융합형 에너지 등 에 신산업 전략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동섭 교수= 제조혁신 전략은 산업 군별 특별 전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중소기업은 국가 지원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특성을 잘 활용하여 초연결 기술을 잘 활용해 대기업의 협조로 대 중소기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UNIST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과 함께 글로벌 전통 제조업 산업도시를 스마트 산업도시로 부활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울산이 글로벌 브레인의 집합 테스트 베드가 돼 스마트 산업도시의 모델이 되길 희망한다.

-차동형 원장= 울산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개편하거나 제조업에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접목하는게 필요하다. 자동화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산업의 플랫폼 제품으로서 기능을 해 나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제조엔지니어링 분야 육성이 울산이 가장 잘 할 수 있을 분야라고 생각한다. 성장동력은 어떤 산업이 아니라 관련 앵커기업 유치가 관건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대기업 연구소, 앵커기업 유치를 꼭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기업의 혁신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정리= 김창식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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