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오는 2020년 12월까지 명촌교~선바위~석남사 구간 45.43㎞에 태화강백리대숲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십리대숲을 강의 길이대로 백리대숲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시는 KTX울산역 인근, 반천현대아파트, 구 점촌교 등의 제방 위에 왕대를, 반천교~학성교의 옹벽과 삼호교~명촌교의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에 조릿대를 각각 심기로 했다. 석남사 주차장 주변, 선바위공원 주변, 굴화~다운 징검다리 등에 각종 테마쉼터도 조성한다.

태화강은 그 자체로도 울산의 상징이지만 대숲과 연계되면서 울산 생태환경의 보고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백리대숲 조성 사업은 아름다운 울산을 가꾸고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드높이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강 대부분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흐르는 반면 태화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교적 짧은 거리를 흐르면서도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의 사행천 형태여서 산업도시 울산의 역동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기우일지 모르나 혹 태화강에 이미지를 더 강하게 입힌다는 명목 하에 강변에 키높은 대를 가득 심어 아예 강이 안 보이게 하거나 강의 측벽을 깎아내려 태화강의 아름다운 곡선을 변형시킨다면 후대에 길이 남을 흉칙한 상흔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오는 10일 시민, 전문가 500여명이 함께 하는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하니 이날 용역보고서 내용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강은 그 자체로 수십억년의 세월을 흘러온 환경의 보고다. 그 옛날 땅이 부풀어 오르고 비가 흙과 돌을 씻어내려 강을 만들고 산골짜기를 만들었다. 강산은 이렇게 자연 그대로 수십억년을 견디어 왔고, 그 위에 인간이 문명의 씨앗을 뿌려 삶을 일궈냈다. 따라서 강과 산을 인간의 조경물로 인식하는 순간 환경은 파헤쳐지고 인간 삶 또한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과 산을 예쁘게 치장하고 얼굴성형처럼 모습을 바꾸는 행위는 우선 보기에 좋지만 조금만 지나면 식상해진다.

그래서 이번 백리대숲 조성 사업은 인공을 너무 가하지 않는 선에서, 단지 경외심을 갖고 음미하고 조망하는 대상으로 강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정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용역에서 데크시설, 대숲산책로, 위락시설 등을 계획해놓고 있다는데, 잘못하면 강을 망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를 놓을지 말지 지금껏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도 자칫 산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10일 시민대토론회에 진정 울산을 사랑하는 많은 제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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