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까지 잡는데 3시간 걸려
시례공단 대부분 무허가건물
기초적 소방시설 못갖춘곳도
‘도심 화약고’ 대책마련 시급

▲ 9일 낮 12시54분께 울산시 북구 시례동 한 자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압을 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울산에서 17일째 건조특보가 이어진 가운데 북구 시례동의 한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자칫하면 대형 화재와 산불로 번질 뻔 했다. 특히 시례공단 내 공장 대부분이 무허가 건물인 탓에 기초적인 소방시설도 갖추지 못해 ‘도심 속 화약고’로 방치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낮 12시54분께 북구 시례동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화재 발생시간이 점심 시간으로 공장 내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헬기까지 동원해 인근 야산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고, 화재 발생 이후 약 1시간여만에 큰 불길을 모두 잡았다. 나머지 잔불까지 모두 정리되기 까지는 약 3시간여가 걸렸다.

문제는 이날 화재가 발생한 플라스틱 제조공장 뿐 아니라 시례공단에 위치한 300여곳의 공장이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이다. 화재가 발생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은 건물 구조가 조립식 컨테이너, 즉 가설 건축물로 분류된다.

특히 이곳 시례공단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으로 관할 지자체의 건축물 대장에도 등록돼있지 않다. 일반 건축물도 아닌 무허가 건물이자 가설 건축물인 이 일대 공장들에 기초적인 소방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을리가 만무한 실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시례공단 일대는 무허가 건축물이라 소화기나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시설, 경보시설 등 소방시설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는 다행히 소방당국 등의 신속한 조치로 다른 공장이나 야산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다른 공장으로 옮겨붙었을 경우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소방시설 설치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24일 건조주의보를 시작으로 26일 건조경보로 격상된 울산은 17일째 건조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실효습도도 20~30 수준으로 매우 낮은 데다, 이날은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라도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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