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갯봄맞이꽃’

사업지 50m 거리에 서식지

낙동강환경청, 중지 통보

6월 완공계획 지연 불가피

졸속 환경영향평가 지적

▲ 자료사진
울산 북구가 관광산업을 위해 오는 6월 완공예정으로 추진하던 70억원 규모의 강동오토캠핑장 조성사업이 전면중단됐다. 사업부지와 불과 50m 이격된 거리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발견됐기 때문인데, 북구는 서식지가 있는지도 모른 채 공사를 진행하려다 야생식물 서식지 조사를 하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적발돼 졸속 환경영향평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의혹

10일 낙동강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께 북구가 추진중인 강동오토캠핑장 조성사업에 대해 공사중지 통보서를 보냈다. 지난해 11월21일 낙동강환경청 직원들이 멸종위기야생식물 서식지 조사를 하며 인근에 사업장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관련 부서에 통보해 공사중지와 멸종위기종 보호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북구는 앞서 낙동강환경청과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강동오토캠핑장 조성사업 관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평가서에는 사업부지와 주변지역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식물)은 ‘확인되지 않았음’이라고 명시됐다. 대상부지는 물론 주변을 조사했는데도 갯봄맞이꽃의 서식지를 전혀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북구는 공사 착공을 위해 11~12월 업체계약 후 착공계까지 냈다. 하지만 북구가 공사를 본격 시작하려던 지난해 11월께 사업부지와 불과 50m 거리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인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발견됐고, 공사는 시작단계에서 전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당국도 서식지 몰라 혼란자초

문제는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낙동강환경청도, 북구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심지어 북구는 지난해 당사동 해안데크길 조성 당시 갯봄맞이꽃 자생지를 마구잡이로 훼손해 비난을 받은 전례가 있어 또다시 비난을 자초했다.

최초 발견자는 강동오토캠핑장 조성사업과는 무관한 낙동강환경청 다른 부서 직원들이었는데, 이마저도 서식지 조사를 하다 인근에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담당 부서로 이관됐다. 부서 이관 후 낙동강환경청은 북구에 공사중지 통보서를 발송했고 북구는 비산방지망, 가배수로와 임시침사지 등을 설치해 임시조치를 했다. 이후 보호대책을 수립해 낙동강환경청에 제출했으나 한 차례 반려됐다. 전문가 의견 등 구체적인 보호대책 수립 내용을 보완하라는 이유였다.

멸종위기야생식물이 공사부지 지척에서 발견된만큼 강동오토캠핑장 조성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공사 재개를 위해서는 북구가 서식지 보존대책과 여기에 대해 미치는 환경영향 등 구체적인 보존대책을 수립해 승인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오토캠핑장은 오는 6월 완공예정이었으나 최소 수개월간 지연이 예상된다.

◇당사해안 갯봄맞이꽃 보존가치

이번에 발견된 갯봄맞이꽃은 5월부터 9월까지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앵초목에 속한 쌍떡잎식물로 강원 속초나 경북 포항 구룡포 등 바닷가 습지에서만 자생하는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강원도 속초, 경북 포항 등지에서 갯봄맞이가 발견돼 지난 2012년 7월께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울산에서는 지난 2013년 5월께 정우규 박사가 울산지역 희귀 동·식물 자생지와 서식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구 당사해안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을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당사동 해안의 갯봄맞이 자생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곳 가운데 한반도에서 가장 남쪽에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보존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구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문제가 없어 서식 사실을 전혀 몰랐다. 현재 전문가 의견을 받아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낙동강환경청과 협의중이다”고 밝혔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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