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20일 ‘크루즈 전용부두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용역은 오는 8월까지 1억2000만원으로 진행된다. 이번 용역은 울산항을 동북아 지역의 크루즈 관광 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이번 용역이 제목 그대로 ‘타당성’을 깐깐하게 살펴보는 용역인지, 애초부터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수순인지 의문이다.

송철호 시장의 공약인 크루즈 관광은 지난 8월10일 울산시청에서 부산지역 해운회사가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업 대표는 아직 도입도 안 한 크루즈를 내세워 울산의 크루즈 관광을 홍보했다. 그러나 그날 참석한 울산항만공사 측은 “울산항만공사 차원에서 이미 몇해 전부터 크루즈 사업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고, 전문기관의 용역에서도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항만공사는 “울산이 비록 국내총생산(GDP) 1위지만 서울처럼 구매력이 있는 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울산을 모항으로 할 경우 지속적으로 승객을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울산시는 틈만 나면 크루즈 관광을 강조했다. 지난 8월30일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중심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등을 연계한 크루즈 문화관광’을 언급했다. 9월18일 울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북방정책과 울산항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강해상 동서대학교 교수는 고부가가치 관광산업과 환동해 크루즈를 역설했다. 이어 울산발전연구원 유영준 박사는 10월18일 이슈리포트를 통해 “울산항을 크루즈 관광의 경유지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11월15일 울산발전연구원은 ‘해양수산발전종합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복합형 크루즈 터미널 구축을 제시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았을 때 이번 크루즈 전용부두 용역이 과연 ‘타당성 용역’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송 시장은 지난해 11월19일 ‘울산형 일자리 프로젝트 전략 수립 최종 보고회’를 주재하면서 7대 핵심부문 중에 크루즈 부두 구축을 기정 사실화했다. 지난 11월21일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제1차 권역별 해양수산 정책협의회에서 송 시장은 “울산항은 매년 5000~1만t급 크루즈선이 연간 6~10회 입항하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 및 크루즈산업육성계획(2021~2025)에 울산항 또는 연안해역에 크루즈 복합부두를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부분 자치단체장들이 ‘공약’에 얽매여 경제성 없는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세금을 축내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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