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 내에 있는 한국석유공사가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부채가 17조원에 달하는 이 기업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2287%다. 민간 자원개발 전문가 출신인 양수영 사장은 취임한지 1년만인 11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가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나온 비상경영계획이다. 적자에서 헤어나는 단순한 자구책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한국산업의 적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 못지 않게 우려도 크다.

울산은 그 동안 동북아오일허브로서 엄청난 기반시설을 설치해 왔다. 석유정제와 석유화학, 석유 저장·운송, 석유판매, 석유 블랜딩 등 석유와 관련된 모든 행위들은 에너지 도시를 자처하는 울산의 중심축이 돼 왔다. 한국석유공사가 울산의 우정혁신도시로 오게 된 것도 이같은 동북아 오일허브의 큰 맥락 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석유공사를 바라보는 울산시민들의 눈은 차갑다.

양수영 사장은 부채비율을 올해 1200%로, 내년에는 500%로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셰일가스 이글포드 광구, 영국 에너지기업 다나페트롤리엄 등 2곳의 우량자산 지분을 민간에 매각한 뒤 이를 자회사로 만들어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부장(팀장) 이상급 간부 10%(42명)를 감축하고 해외인력 23%(286명)를 줄이기로 했다. 장기근속자 명예퇴직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는 지난 7일 울산 우정혁신도시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비상경영계획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석유공사 1~3급 간부 40여명은 최근 제2 노조 격인 ‘민주노조’를 결성한 뒤 울산 중구청에서 노조 신고 절차를 마쳤다. 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시절 자원외교 실패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을 지금의 경영진은 간부급 직원들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구조조정과 노골적인 퇴직 압박에 간부급 직원들은 보호받을 장치가 없는 만큼 노조를 만들어 맞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서 국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으나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몰락과 함께 좌초 위기에 빠졌다. 이번 두번째 고강도 구조조정안이 재기의 발판이 될지 나락의 함정이 될지 울산시민들은 유심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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