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울산전국체전 야구경기 어쩌나

▲ 지난 2016년 부산 기장군에 개장한 현대차드림볼파크 전경. 중앙 122m, 좌우 98m 등 정식 규격의 천연잔디야구장 1면과 인조잔디구장 3면, 소프트볼구장 1면과 리틀구장 1면을 갖춘 꿈의 구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야구소프트볼협회는 열악한 지역 야구 인프라 때문에 울산에서 체전 야구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포기하고 부산 기장 장안천야구장이나 현대차드림볼파크 야구장을 임대하는 카드를 검토중이다. 부산 기장군청 제공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처음으로 울산에서 개최했던 지난 2005년 전국체전. 당시 야구 종목에는 고등부 16개팀, 일반부 14개팀 등 총 30개팀이 참가했었다. 그러나 야구는 변변한 구장 하나 없어 ‘부산’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고등부는 부산 동의대 효민운동장, 일반부는 구덕야구장에서 대회가 진행됐다.

14년이 지나 2021년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는 울산은 어떨까? 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프로야구 1군 경기가 열리는 450억원 짜리 문수야구장이 생겼지만 그 뿐이다. 문수야구장 외엔 전국 규모 대회를 개최할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실제 지난해 전북 일대에서 열렸던 제99회 전국체전에서는 일반부 15팀, 고등부 16팀, 여성부까지 포함해 3곳의 대한야구협회 규격 인정 야구장이 있어야 했다.

대한야구협회 규격 인정 야구장
전국대회엔 최소 3곳 이상 필요
울산은 문수야구장 1곳밖에 없어
현재 인프라로는 체전경기 불가
부산 기장 드림볼파크등 임대 검토
울주군·중구 야구장 추진했다가
타당성·예산등 이유로 잠정 중단
지역 야구인들 건립사업 재개 촉구

◇전국체전 야구, 현재로는 울산 개최 불가능

전국체전처럼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공인기준·규격에 맞게 건립된 야구장이 필수다. 피칭 거리는 18.44m, 루간 거리는 27.431m,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좌우 97.534m, 가운데 121.918m, 1~3루·홈플레이트~2루 거리가 38.795m 등의 공인기준이 있다. 또 관중석은 따로 없더라도 양 팀의 더그아웃, 투수가 연습투구를 할 수 있는 공간(불펜) 등 추가적인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울산은 이같은 규격에 맞는 야구장이 문수야구장 뿐이다. 울산공고 야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 좌측 거리가 공인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불펜, 더그아웃 공간도 없어서 전국 규모 대회 개최는 불가능하다. 지난 2014년 개장한 동구야구장도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 좌우거리가 규격보다 짧다.

지난해 전북 일대에서 열렸던 제99회 전국체전대회를 볼때 전국대회 야구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2곳, 소프트볼까지 최소 3곳의 야구장이 필요하다. 일반부·고등부 30여개 팀이 야구장 한 곳에서 경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부의 경우 소프트볼이라 규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동구야구장에서 개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로써는 울산에서 전국체전 야구를 단독으로 열기란 불가능하다.

▲ 울산의 야구열기는 여느 도시 못지 않게 뜨겁다. 울산문수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시민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채 열렬한 응원을 벌인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인근 도시 야구장 임대해 경기 치러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야구소프트볼협회는 사실상 울산에서 야구 종목을 여는 방안을 포기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진행한 종목별 체육시설 전수조사에서 야구는 △관내시설 활용 △타 시·도 임대시설 활용 또는 체전 전 구장 완공시 활용 등 크게 2가지 대안으로 조사됐다.

관내시설 활용은 규격에 맞는 야구장이 한 곳 뿐이어서 대회 개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타 시·도 임대시설을 활용하거나 또다른 구장을 짓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관내에서 2021년까지 야구장 건립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현재로선 없다. 울주군과 중구가 야구장 건립을 추진해 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7년 간절곶 스포츠파크 일원에 원전지원금 등 150억원을 투입해 2만㎡ 부지에 주차장, 관람석 등을 갖춘 야구 전용구장을 조성하기로 했던 울주군은 타당성조사에 발목이 잡혀 잠정 중단돼 있는 상태다. 중구도 혁신도시 내 야구장을 짓기로 하고 용역을 진행했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현재 잠정 중단돼있는 상태다. 중구의 경우 짓더라도 대한야구협회 규격에 미달해 전국체전 대회 개최는 불가능하다.

이에 협회는 당시 전수조사에서 부산 기장 장안천야구장을 임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부산 기장에 2016년 오픈한 현대차드림볼파크 야구장을 임대하는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전국체전 고등부와 일반부를 문수야구장 한 곳에서 할 수는 없다. 울주나 중구에 야구전용구장이 계획처럼 건립된다면 타 시·도의 시설을 임대할 필요가 없지만 현재로써는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면서 “오는 7월이 되면 전국체전 준비단 안에 시설팀이 생긴다. 진행했던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종목별로 개·보수가 필요한 종목, 울산에서 개최가 불가능한 종목을 나눠 대회 개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 열기 걸맞는 야구 인프라 확충 시급

광역시인 울산에 국제규격 7면을 비롯한 110여개의 축구장이 있는 것과는 달리 야구 인프라는 빈약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동호회만 250여개(지난해 말 기준), 협회에 소속된 야구인만 수천명에 달하는 광역도시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굳이 전국체전이나 전국 규모 대회를 위한 야구경기장 건립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활체육 육성과 부족한 인프라 문제와 울산야구인들의 숙원 해소를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경기장 건립이나 중단된 야구장 건립사업의 재개가 절실하다는 게 야구인들의 의견이다.

이인옥 울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광역시 규모의 울산이 규격에 맞는 추가 야구장을 갖추게 되면 학교야구 등 아마야구와 생활체육 활성화는 물론 전국 규모 대회 유치가 가능해지고 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현재 중단돼있는 울주군 야구장, 중구 야구장 건립사업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야구 인프라를 확충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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