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은 역사성과 장소성, 문학성을 대변한다. 철도는 한번 놓여졌다 하면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이용된다. 따라서 철도역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름이 이어져 오고 그 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이 매일 매일 이뤄진다. 역은 한마디로 인간의 삶의 ‘길’인 것이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개통을 앞두고 상개역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신설 예정인 (가칭)송정역의 이름에 대해서도 각계의 이견이 분분하다. 철도 역은 그만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철도역 이용자의 편에서 어느 명칭이 더 부르기에 편리한 지, 그 역(驛)의 역사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중지를 모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지역의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철도 역 이름을 둘러싸고 지역간, 종교간 갈등이 빚어진 경우는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개입하면서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사례도 많았다.

지난 2010년 8월 KTX울산역이 확정되기 전에 역을 둘러싸고 온갖 논란이 빚어졌다. 결국은 과거 ‘울산역’은 ‘태화강역’으로 바뀌었고, 신설 KTX역은 ‘KTX울산역’로 확정됐다. 오랜만에 울산에 온 사람들은 아직도 태화강역을 울산역이라고 불러 손님들과 택시 운전사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여기에 통도사까지 KTX역 명칭 논란에 가세해 그 당시 논란은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언양톨게이트가 폐쇄되고 2000년 서울산톨게이트가 개통됐을 때는 서울산이 어디인지 많은 사람들이 헷갈렸다. 구 언양톨게이트와 현 서울산톨게이트의 거리는 불과 1㎞밖에 안되는데 당시 양 지역간의 기싸움은 대단했다.

북구 (가칭)송정역 명칭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불을 보듯 뻔하다. 2021년 3월 개통 예정인 송정역의 명칭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빨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이해 관계자의 범위도 커지고 수습도 어렵게 된다. 역사명 선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철도공사 등 철도시설관리자나 울산시·북구청 등 행정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역명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결정한다. 통상 역 운영개시 5개월 전까지 확정한다고 보면 2020년 10월까지는 역사명을 확정해야 한다.

많은 주민들이 이용했던 호계역으로 하자는 의견을 비롯해 박상진역, 창평역, 송정역, 북울산역, 북울산역(호계) 등이 두루 제시되고 있다. 많은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행여나 역 명칭이 지역간 갈등으로 번져 사회적인 비용을 유발한다면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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