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는 늘고 투자는 줄어 경영악화
시계제로 상황에도 안일함은 여전
변화하는 가치에 맞는 경쟁력 필요

▲ 김창식 경제부장

‘제조업 도시’ 울산 산업계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제조업 수출이 수년째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중국·EU 등 주요 수출국 경기마저 흔들리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울산지역 주력기업 생산활동에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 주력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은 제때 내수 및 수출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해 재고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경기의 좋고 나쁨에 따라 기업 재고의 증가 또는 감소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나, 판로가 막혀 지속적으로 재고가 늘어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제품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기업 생산활동에 동맥경화가 발생하면 이는 곧 기업 경영악화-투자감소-고용감소 등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울산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울산 연간 생산자 제품 재고는 2016년 1.6%, 2017년 11.9%, 지난해 15.8%로 3년 연속 불어났다. 월간단위로는 2017년 8월 이후 올해 2월 현재까지 작년 7월 한달을 제외한 17개월이나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주력사업인 자동차 제품재고가 41.2%나 급증했고, 석유정제, 화학제품, 금속가공의 재고량도 불어났다.

올 들어서도 재고 사정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2월 울산의 생산자제품 재고는 전년동월 대비 10.5% 증가했다. 작년 7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울산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산업현장의 동맥경화가 확인된다. 2월 제조업 생산지수(89) 보다 제품재고(109)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기업 가동률(84)도 좋지 못해 채산성(73), 자금사정(79)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누적의 가장 큰 원인 수출부진에 있다. 2월 울산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4.7% 감소한 49억 2600만 달러로, 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울산의 월 수출액이 40억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은 16개월 만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조선 등의 수출이 부진했다. 올해 울산의 누계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로 전환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글로벌 경기둔화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울산경제를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빠트리고 있다. 수출이 줄면 울산 경제는 지금까지의 추락보다 더 큰 고통을 겪게 될지 모른다. 벌써부터 1분기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철강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울산경제는 수출이 600억달러대로 추락한 2015년 이후 중병을 앓고 있지만, 이렇다할 처방책을 찾지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은 주력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 기업의 지역 투자기피와 해외 투자확대, 내수침체, 일자리 감소와 지역 인구유출, 주택시장 침체 등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장밋빛 낙관론 일색이다. ‘지금까지 잘 버텨온 주력 대기업이 설마 어찌되겠어?’라는 안일함은 현재 울산의 변화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정서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부자도시 울산이 가진 또하나의 아이러니다.울산은 언제부터인가 지역 경제성장률 조사·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제지표가 나빠지자 민낯 가리기에 급급한 울산이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는 올해 울산의 경제성장률을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산의 경제성장률(2.0%)에도 못미쳤다.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제조업의 구조고도화와 신성장동력 육성, 서비스업을 키워 지역경제를 다시 되살려야 한다. 4차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가치를 좇아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울산이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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