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숙공 이예(1373~1445) 선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외교관이다. 이예는 조선 태종과 세종 대에 43년간 일본을 대상으로 외교활동을 했으며, 40여 차례에 걸쳐 667명의 조선인 포로를 귀환시켰다. 왜구들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교토를 직접 찾아가 쇼군을 만났고, 한일 최초의 외교협약인 계해약조를 체결했다. 함부로 우리나라 해안을 침범해 약탈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요즘 말로 치면 ‘입국사증’을 발급한 것이다.

이예가 걸어갔던 길(路)은 조선통신사 행렬이 갔던 국도 7호선과 겹친다. 이예는 조정의 부름을 받고 일본을 향해 평생 동안 이 길을 걸어갔다. 그 결과 이예는 지난 2005년 2월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됐고, 2010년에는 외교부의 ‘우리 외교를 빚낸 인물’로서 국립외교원에 동상으로 우뚝 서게 됐다. 남구 달동공원에는 이예동산이 조성돼 있고, 대마도에는 ‘통신사이예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울산의 한낱 지방 이족 출신이 우리나라 외교사의 거두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동경 한일 우정걷기’ 울산권역 행사가 지난 19~20일 진행됐다.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걷기’는 한국체육진흥회가 2년마다 주최한다. 올해는 지난 4월1일 경복궁에서 출발해 영천, 울산, 부산, 대마도 등을 거쳐 오는 5월22일 일본 동경에서 마무리 된다. 민간외교사절의 의미를 담은 행렬단에는 한국인 20명, 일본인 25명, 대만인 8명이 참여한다.

1607년부터 시작된 조선통신사 행렬은 5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절단이다. 사절단은 이 군단을 이끌고 국내를 거쳐 바다를 건너 도쿄까지 여행을 했다. 왕복 6~8개월에 걸친 여정에서 60여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역 인사를 만났다.

이번 행사는 조선통신사 행렬과 이예가 걸어갔던 길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예의 길과 통신사의 길은 대략적으로 외동읍 구어리~석계~만석골 저수지~달천마을~가대마을 회관~울산혜인학교~울산좌병영~MBC사거리~울산부 동헌으로 이어진다. 이예는 조선통신사라는 제도가 있기 전에 이미 이 길을 갔던 것이다. 후대들은 이 길을 되살려 신개념의 ‘이예로’를 만들어 냈다.

올해 치러진 한국체육진흥회 차원의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걷기’ 대회를 넘어 이제 충숙공 이예와 조선통신사의 길을 울산의 문화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이예와 조선통신사와 시민이 어우러지면 또 하나의 문화가 융합되고 자원화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