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지역의 미디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울주군수 공약사업으로 영상미디어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예산은 132억원이며 전액 군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울산에는 이미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운영하는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북구 진장동에 있다. 울주군이 계획하고 있는 영상미디어센터와 기능이나 장비가 거의 같다. 굳이 울주군에 별도의 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해야 하는 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7번째로 들어선 시설이다. 국비 50억원, 시비 67억원이 들었으며, 땅은 울산시 소유다. 이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하는 데는 한해 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울산시민 수요가 있기 때문에 운영비를 시가 대주고 있다. 국비가 투입된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대구광역시, 경북까지 한 묶음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수많은 대구·경북 권역 시민들이 울산미디어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최근 이용자가 많아져 곧 별도의 미디어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구·경북지역의 수요가 빠져 나가게 될 것이므로 머잖아 울산미디어센터의 이용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울주군이 계획하고 있는 영상미디어센터는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비 117억원보다 훨씬 많은 132억원이다. 그것도 전액 군비다. 울주군은 조만간 1차 추경에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000만원을 확보하고, 이달 중 용역에 착수해 8월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1년에는 센터 건립에 착수해 3년 안에 개관할 예정이다. 군은 늘어나는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영상교육과 제작, 상영 등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청자미디어센터까지 거리가 멀고 군민들의 접근성이 낮아 자체 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은 맞다. 거리가 멀어 불편이 있다는 것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기초단체가 광역시보다 더 큰 영상미디어센터를 짓겠다는 것은 배꼽이 배보다 더 큰 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매년 5억원에 달하는 영상미디어센터 운영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스럽다. 영상 장비는 고가인데다 진화가 빨라서 첨단 장비 구축에 따른 지속적 예산 마련도 쉽지 않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공약사업이라고 무조건 강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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