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신인 이관술(1902~1950)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일제강점기 울산 출신 인물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이관술과 관련있는 정판사 위폐사건은 그 내용을 다시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행여 이관술의 업적과 정판사 위폐사건을 빌미로 또 다른 이념논쟁에 불을 지핀다면 이관술의 삶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는 편향적 시각이 아닌 객관적 사실적 검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에 따르면 이관술은 1902년 울산 입암마을 출생으로, 고향에서 보통학교를 마친 뒤 1925년 3월 경성의 중동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1929년 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박헌영을 중심으로 재건된 조선공산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46년 7월6일 ‘조선 정판사 위폐사건’으로 미군정 경찰에 검거돼 11월28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처형당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수감 중인 사람을 전쟁이 발발했다는 이유로 총살한 것은 불법부당하다’며 ‘국가는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관술은 1945년 12월 선구회에서 실시한 ‘조선의 지도인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여운형 33%, 이승만 21%, 김구 18%, 박헌영 16%에 이어 12%로 5위를 차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재조명한 단행본이 2권 나온다. 임성욱 박사가 쓴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연구>(신서원)는 학암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주목한다. 조선공산당이 일제의 조선은행권이 인쇄되던 근택(近澤)빌딩을 접수, 조선정판사(朝鮮精版社)로 개칭하고 당 활동비로 쓰기위해 위조지폐를 발행했다는, 이른바 ‘조선 정판사 위폐사건’이다. 저자는 “정판사 위폐 사건은 조작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의혹사건이며 지금이라도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암의 일대기가 포함된 <인물기행·문화기행>도 연내 증보판이 나온다. 언론인 출신의 장성운씨가 1995년 발간한 책을 보완한 것이다. 또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세미나’도 열린다. 그의 일생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자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평가도 나왔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