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완성차업계 ‘안도’ 속 수출전략 ‘고심’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듯

불확실성 6개월 연장은 악재

미국이 지난 17일 수입 자동차 고율관세 결정을 6개월 연기하고 재협상 대상을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무게를 두자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단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러한 안도 속에서도 불확실성이 또 연장됐다는 점에서 수출 전략 등을 고심하고 있다.

19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를 차례로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추가 협상 등의 추이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관세 변수에 따라 북미용 신형 쏘나타의 양산 일정을 계획보다 늦추는 방안을 검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대처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북미 수출용 쏘나타의 국내 양산 계획은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면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면 별다른 조정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면제된다는 내용은 없지만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에 주목해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대기 수요가 많아 팰리세이드를 증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수출 물량이 확정되지 않으면 전체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도 미국이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10% 관세에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포함되자 수출 전략을 변경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의 현대·기아차 공장으로 수출하는 대신 유럽의 현대·기아차 공장으로 수출하고, 미국 수출 물량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그룹 내 주요국 공장들과 생산 물량 배정을 놓고 경쟁하는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도 수출 물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편, 이번 조치로 당장은 최고 세율 25%의 관세가 적용되지 않아 미국 수출에 타격이 없고, EU와 일본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따라 종국에는 한국이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지 않아 자칫하면 불확실성이 최장 6개월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은 악재로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세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신차를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완성차는 약 81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33%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량 총 127만대 가운데 절반가량인 60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했다.

따라서 한국산 차량에 고율 관세가 결정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고 국내 생산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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