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요즘들어 울산시와 울산항만공사(UPA)간 업무협약이 부쩍 늘어났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사업부터 깨끗한 바다 만들기,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그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시가 직접 크루즈 전용부두 건립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해양수산발전종합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해양항만 정책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시정과 바다정책을 총괄하는 두 기관의 협력은 산업수도 관문인 울산항이 기업활동과 직접적 연관성을 갖고, 미래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협력관계가 단순한 업무협약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항만도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국내 3위 항만 타이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온 울산항. 이제 최악의 경기불황으로 이들 주력산업이 생존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울산항도 성장이냐, 도태냐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부동의 국내 1위인 액체화물이 언제까지 울산항을 먹여살릴 동력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 바로 시와 UPA가 상호 항만정책에 실효성을 높이는 실천방안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줄때다. 현재 울산항에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당장 선진항만의 제1 지표라 할 수 있는 물동량 확충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동량 사수’를 위한 핸들을 UPA와 시가 번갈아 쥐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소한 울산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수출업체들의 화물의 양과 주요 수출국, 항로 등이 없어 타 항만으로 유출되는 화물의 양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 놔야 한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등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고, 선사를 유치하는 포트세일즈도 공동협력 분야가 된다.

항만은 기업과 환경, 안전과도 빼놓을 수 없다. 후진국형 부두운영에서 탈피하고, 선진항만으로도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부두 재개발, 부두기능 재배치 등에서도 두 기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이용자 중심의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인 화주와 시, UPA간 친밀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최근 울산항발전협의회가 기업 및 항만운영과 관련한 개선의 요구를 UPA에게 건의한 부분도 두 기관이 ‘깨끗한 바다 만들기’ 등 지금까지 업무협약하는데 소비한 시간 만큼이라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화물은 늘어나는데 이용할 전용부두가 턱없이 부족해 제때 접안하지 못하면서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생산활동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기업체들의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였다.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 시와 UPA는 그들이 보여준데로 협약관계이지,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호업무 추진과정에서 ‘일방적 통보’ 등 볼멘소리가 안나오도록 집안단속도 필요해 보인다. 중국 고전 서경에 ‘개과불린(改過不吝)’이란 글귀가 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시와 UPA 구성원 모두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 속에서 항만의 잘못된 정책, 또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개과불린의 자세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지금 그러고 있는가.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