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우승 못지 않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건졌고 울산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울산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울산시민들은 오랜만에 젊은이들의 든든한 패기를 보았다. 오세훈(20·아산)·최준(20·연세대)·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 현대고등학교가 배출한 이들 3인방은 울산시민들에게, 나아가 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이번 결승전을 통해 여실히 입증해 주었다.

울산은 축구의 메카로 통하는 도시다. 2002년 울산월드컵은 어느 도시보다 뜨거웠고, 세계 각국에서 온 축구팀들은 울산을 전지 훈련의 성지로 여겼다. 현대중공업이 호황을 구가할 때 수만명의 근로자들은 매년 리그전을 펼쳐 그 열전이 전국 방방곡곡까지 알려졌다. 전국에서도 동구는 바다가 보이는 천연잔디구장을 비롯해 곳곳에 축구장이 들어섰다.

지난 15일 밤부터 시작된 U-20 월드컵 결승전 응원전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았다. 태화강지방정원 야외공연장, 동구 일산해수욕장, 북구청 광장, 울주군 범서생활체육공원 등 곳곳에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함성을 드높였다. 특히 현대고 3인방에 대한 응원은 축구메카 울산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충분히 일깨웠다.

U-20 월드컵은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세계 축구계를 이끌 미래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내로라하는 개인기와 조직력을 갖춘 각국의 축구대표팀 가운데 우리나라 팀이 결승에 올랐다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 우리 선수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을 뒤엎고 불굴의 투지로 혈전을 거듭한 끝에 결승에 도착했다. 2002년 우리나라는 아무도 예상못했던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바 있다. 이번 결승 진출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또한번 새로 썼다. FIFA 주최 대회 첫 결승 진출이다. 특히 울산 현대고등학교 동창 오세훈·최준·김현우 3인방이 대표팀의 일원으로 잇단 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총아들이다. 모든 국민들이 그들을 주시하며, 그들이 성장해온 울산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

특히 실의에 빠져 있는 울산시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산업현장의 위기로 의기소침해 있는 울산시민들에게 그들은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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