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지난 20년 수립된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울산시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울산이라는 도시가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도시를 옥죄고 있는 그린벨트를 대폭 풀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한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난개발을 막는 최후의 보루다. 그린벨트가 무너지면 댐에 구멍이 나듯 순식간에 장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린벨트를 조정하되 합리적으로, 최소한의 폭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린벨트 조정은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7월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을 마련, 2001년 8월 처음으로 제주권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고 2002년 12월까지 강원 춘천, 충북 청주시, 전남 여수ㆍ여천권 등 4곳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시켰다. 또 2003년 6월 전주에 이어 10월에 진주, 통영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다만 수도권과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울산, 마산, 창원, 진해권 등 나머지 7개 대도시 권역은 부분해제지역으로 지정됐다. 울산의 경우 도시팽창 압력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전면 해제를 할 경우 울산 전체가 난개발의 복마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래서 울산은 그 동안 공공용지에 한해 그린벨트를 풀어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LH가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하면서 그린벨트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기 시작했고, 덩달아 도심은 기형적으로 변해갔다. 지금도 범서 다운지구나 굴화지구는 아파트 사업이 한창이다. 사업권한이 국토교통부에 있다보니 울산시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멋대로 도시를 확장시켜 나갔다. 이렇게 확장된 도시는 외곽으로 자꾸 뻗어 나가면서 도심 내부는 오히려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그린벨트 해제의 함정은 도시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형을 유발한다는 데 있다. 그 중심에 LH가 있다. 도시 기형을 바로 잡으면 인근에 LH가 다시 그린벨트를 푸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울산시가 정부에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은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 2단계 사업과 국립산업박물관 등 지역 현안 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산업단지를 만들려고 해도 숲이 20년 전보다 울창해져 더 이상 가용 용지가 없어졌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LH를 앞세워 울산을 비롯한 전 국토를 사업화하는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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