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갔다. 물론 최대 300㎜의 비가 내렸고 바람도 거세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내습했던 차바에 비하면 피해는 다행스러울만치 적었다. 이번 태풍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울산시와 시민들의 대비가 철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차바 때 태화강변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들은 대부분 물에 잠겨 못쓰게 됐고 일부는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 갔다. 큰 인명피해를 냈던 도심 지하주차장도 이번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시민들은 지하주차장 입구를 막고 펌프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태풍 타파는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시민들의 대비도 그만큼 철저했다.

그런데 문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었다. 국가정원은 아직 본격적인 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아 태풍 피해를 당할 것도 없지만 앞으로 차바 이상의 큰 태풍이 온다면 태화강 국가정원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하다. 타파의 내습으로 지난 22일부터 차오르기 시작한 태화강 수위는 만조 시간에 가까이 갈수록 위협적으로 변했다. 다행히 타파의 경로가 예상보다 동쪽으로 틀어지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해졌으나 태화강 국가정원은 앞으로 태풍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운명을 겪게 됐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우 강을 끼고 있지만 범람의 위험은 거의 없다. 그러나 태화강 국가정원은 매년 태풍 때마다 범람의 위기를 넘기고 있으며 차바 때는 태화강 정원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뻘을 걷어내고 시설물을 원상복구하는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울산시민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정원이 앞으로 제기능을 하려면 태풍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정원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최대의 숙제가 됐다.

아무리 국가정원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재해에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도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홍수에 떠내려 갈 수 있는 지상 시설물은 설치하지 말고 홍수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고가의 시설물은 안전한 곳에 건립하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면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또 태화강 밑바닥의 하상준설과 국가정원 위로 흐르는 물살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제방건설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안에 태풍이 또 올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큰 태풍이 지나갔으니 다음 태풍은 작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태풍은 언제든지 오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크기로 올 수도 있다. 이번 태풍을 계기로 국가정원에 대한 장기적인 태풍 대비책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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