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울산지역 돼지고기 도·소매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돼기고기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병에 걸려 폐사하는 돼지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은 가격대로 높아지고 소비는 소비대로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울산지역 식당이나 중심 상권 등을 둘러보면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가 확연히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돼지고기를 먹는 대신 치킨을 주문하거나 오리고기를 시켜먹는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영세상인과 정육점, 외식업계에 불통이 튀면 울산지역 중소상권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울산의 경우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공장이 많아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소비를 조장할 수도 있겠지만, 시내 중심가나 식당골목 등은 문을 닫는 방법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농수산물 가격동향에 의하면 지난 27일 기준 울산 신정시장의 돼지 삼겹살 소매가격은 100g당 2630원으로, 전주(2500원)대비 5.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의 도매가격도 삼겹살 1㎏ 기준 1만5000원~1만8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당 1만3000원~1만4000원대에 비하면 최대 30% 가량 오른 가격이다. 이같은 기조로 돼지고기 값이 계속 오르다 보면 조만간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열병 확산으로 한번 돼지고기 소비를 꺼린 소비자들의 심리를 되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구제역 파동 때 소·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돼지열병은 지금까지 약 1억500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당시 울산지역 외식업계와 영세상인, 정육점 등은 대부분 가계를 폐점하고 업종을 바꿨다. 정부와 울산시는 아직 돼지열병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울산은 몇몇 대기업 외에는 경기가 바닥 수준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울산 말고도 인근 다른 도시에서 쇼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울산에 발붙이고 있는 중소상인들은 돼지열병이 한번 지나가면 모든 것이 초토화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민들은 울산지역 외식업계와 자영업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돼지고기를 먹어주는 혜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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