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을 찾아서(21)-청량면 문죽리 죽전마을(밀양박씨)

대나무로 둘러싸인 마을, 죽전(竹田)마을은 두현저수지의 물길을 따라 동남쪽에 있다.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덕하시장으로 가는 군도를 따라 가면 교도소와 두현저수지, 그리고 울산시농업기술센터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논가에 큰 이팝나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죽전마을이다. 마을 이름에서 죽전(竹田)의 어원을 알려주듯 마을입구는 대나무로 둘러쳐져 있을 뿐 아니라 마을 건너 개울가에서 대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길눈 어두운 손님들을 위해 죽전마을임을 안내하는 입석이 도로길 건너에 자리잡고 있고 경로당 겸 회관인 2층 건물이 마을 입구에 떡하니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을은 대부분 기와집으로 4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여느 시골마을의 풍경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나무 사이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낮은 지붕들이 외지 방문객에게는 시골의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마을 입구 두 곳에 음식점을 알리는 큰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그나마 도심과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죽전마을은 밀양박씨(密陽朴氏) 규정공파 죽전문중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집성도가 워낙 높고 오래돼 인근 지역 성씨들이 이곳의 밀양박씨들을 죽전박씨라고도 불렀다. 마을 입구에는 수백년 전 선조들에 심은 이팝나무와 느티나무가 울산의 노거수로 손꼽히고 있다.

 죽전마을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이는 밀양박씨의 시조인 밀성대군(박언침) 32대손인 박청입(朴淸立). 죽전마을 밀양박씨의 입향조로 오늘의 죽전마을을 있게 한 주인공이다. 밀성대군은 신라54대 경명왕의 장자였기에 경명왕이 입향조의 32대조 할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의 초대왕 박혁거세가 있다.

 입향조 청입 할아버지는 원래 경북 구미시 선산면 신기리에서 출생했다. 입향조의 10대손으로 문중 고문인 박진원(80)씨는 "입향조의 이주 내력에 대해 특별히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아마 결혼하면서 이곳에 정착한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파계보 제작을 맡고 있는 문중의 박용준 회장은 "파계보를 제작하면서 입향의 내력을 여러 갈래로 조사를 해봤으나 뚜렷히 드러나는 게 없다"며 후손들이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입향조는 죽전마을 뒤 묘소에서 300여 성상동안 후손들의 안녕을 지켜보고 있다. 입향조의 12대손인 차형(27)씨가 문중의 종손이다. 후손들은 해마다 음력 10월10일이면 모두 죽전마을 뒤 재실에 모여 입향조에게 새로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제사를 지내고 있는 데 올해는 태풍 매미로 재실문이 훼손돼 정비중에 있다.

 입향조는 창원 황씨 할머니와의 사이에 홍적(弘積), 덕창(德昌)과 척과쪽에 자리를 잡은 수하(守夏) 등 3형제를 뒀다. 그리고 300여년이 흐른 지금은 그 후손들이 350여 가구 1천600여명에 이른다.

 밀양박씨 죽전문중의 350여 가구 가운데 지금 죽전마을에는 30가구 가량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 60년대 중반 불이 나 마을의 절반가량을 태웠다. 전체 마을 49가구 가운데 비교적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60년대 까지만해도 죽전마을에는 박씨문중을 제외하고는 고씨, 이씨, 변씨, 양씨, 차씨가 각 한 집씩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외손들이어서 일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논농사의 비중이 적어지고 울산이 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자식들이 외지로 나가기 시작,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 줄어든 비중 만큼 타성들이 마을에 늘어나고 있다.

 밀양박씨 규정공파 죽전문중의 일원으로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후손으로는 박맹우 울산시장이 대표적이다. 문중 고문인 진원씨가 박시장에게는 숙부가 된다. 그리고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총선에 출마하기도 한 박정근씨도 이 마을 출신이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뒤 현재 (주)풍산 기획이사로 근무중인 박정국씨와 동남유화 노조위원장 박중하씨, 그리고 전 육군중령 박중하도 죽전문중이다.

 경주박물관장을 역임한 뒤 고인이 된 박일훈씨도 문중의 일원이었으며, 제주대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재우씨, 부산 부곡중 교감으로 정년퇴임한 박정훈씨, 부산시교육청에서 근무한 박봉훈씨도 죽전박씨 문중이다.

 동구청에서 사무관으로 재직중인 박효성씨와 남구청 토목담당 계장을 맡고 있는 박장호씨도 문중회원이며, 청량농협 지점장을 맡고 있는 박경훈(덕하지점장·종친회 총무), 박영효(율리지점장)씨도 죽전마을 사람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차화준씨는 밀양박씨 죽전문중의 외손으로 아직 죽전마을에 터를 잡고 있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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