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장터는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왕래하는 교류의 장이었다. 물산의 교환이 이뤄지고 삶과 삶이 서로 맞부대끼는 치열한 현장이다. 그래서 장터에서는 경제 뿐만 아니라 역사가 만들어지며 공동체 또한 형성된다. 지금도 장터는 백화점이나 마트와는 전혀 다른 공동체 문화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울주군이 울주군 지역 내에 있는 오일장을 조사해 학술총서를 발간한다고 한다. 군은 전국 최초로 오일장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이를 연계해 관광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울주군의 이같은 계획은 전국적으로 처음 시도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오일장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를 하는 김에 울주군뿐만 아니라 울산 전체에 대한 오일장 조사를 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다. 울주군은 이번에 5000만원을 들여 내년 3월부터 7개월 동안 용역을 한 뒤 1000권의 학술총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그 범위는 울산지역 9개 정기 시장 중 울주군에 있는 6개 장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용역은 울주군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쪽짜리 용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울산의 공식적인 장은 1910년대에 개설된 언양시장과 남창시장, 덕하시장이 있고, 이후 1920년대에 호계시장, 1930년대에 정자시장, 1940년대에 봉계시장이 각각 개설됐다. 이 외에도 울산에는 군소 장들이 곳곳에 열렸다. 특히 언양시장은 1770년 발간된 <동국문헌비고>에 ‘경주, 밀양, 동래 등의 상인이 찾아들었다’고 기록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또 울산의 장터는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으로도 의미가 깊다. 울산의 만세운동은 언양, 남창 등 2곳의 장터에서 일어났다.

울산지역의 장터는 대부분 서로 연결돼 있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서 중구 태화장은 5일·10일, 북구 호계장은 1일·6일, 정자장은 2일·7일, 울주군 언양장과 덕하장은 2일·7일, 남창장은 3일·8일, 덕신장과 서생장은 5일·10일 열린다. 장이 열리는 날을 감안해 물목을 선별하고 교환하고 비축하는 것이다. 또 이 장터들은 각기 해산물, 임산물, 공산품 등 특색을 갖고 있어 장이 열리는 길을 따라 이동한다.

울주군은 최고 250년에 이르는 울주군 지역 오일장에 대해 종합조사를 실시해 울주만의 역사·문화·인문지리적 정체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울주군의 의도대로 울주군 지역의 장터만을 따로 떼어 조사하다 보면 울산지역 전체의 장터문화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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