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울산시가 남구 종하체육관을 ‘문화·체육복합센터’로 건립하기로 했다가 최근 방침을 철회했다. 대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종하체육관에 대한 새로운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시가 이렇게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은 한 마디로 울산의 경제가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기존의 방침을 철회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라 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에서 울산시가 종하체육관을 새로 짓는데 1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하기로 했던 것은 시민 누가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다.

종하체육관을 ‘문화·체육복합센터’로 건립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송철호 시장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46번째 공약으로 ‘문화·체육복합센터’를 내걸었다. 지난해 울산시가 이 공약의 실현에 드는 사업비를 추산해 본 결과 대략 1000억원에 이르렀다. 시는 이 사업비를 투입해 연면적 3만310㎡, 지하 2층 지상 5층, 주차장 424대 등의 시설을 갖추는 계획을 마련했다. 아이스링크장, 체육회관, 선수촌, 체육관, 야외운동장, 잔디광장, 휴게마당 등도 모두 포함시켰다.

울산시의 이같은 계획은 말만 ‘문화·체육복합센터’이지 사실은 ‘동계스포츠 콤플렉스’였다. 관련 공무원들도 이 시설은 문화체육복합센터가 아니라 동계스포츠 타운이라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울산에 이 센터를 건립하면 건강하고 활기찬 도시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시는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첫번째 이유는 세수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기업들의 수출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고, 부동산 경기는 거의 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세수는 급전직하 상태다. 세수가 부족해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수준이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도 문제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들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통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예비타당성은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했다.

울산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종하체육관의 활용도를 높이자는데는 모든 시민들이 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 사업의 적정시기는 언제인지, 어느 규모로 할 것인지, 어떤 용도인지, 시설 비전은 무엇인지 하나 하나 점검하고 토론해야 모두가 원하는 시설을 만들 수 있다. 공약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다가는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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