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조성하려고 했던 크루즈 전용부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용역에서 도출된 이 결론은 미리부터 예견됐던 것이었다.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크루즈 전용부두를 만들어서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는 것이 애초 시민들의 우려였다. 용역을 맡았던 용역사들도 한결 같이 우려를 표했다. 국내 크루즈 시장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크루즈 관광사업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내놓은 공약 중의 하나다. 지난 2018년 후보시절 송 시장은 북한 원산항·청진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캄차카, 일본 북해도의 하코다테 등을 순항하는 관광 루트를 개발, 울산을 동북아 크루즈 관광의 중심도시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시장 취임후 곧바로 크루즈관광 관련 업체를 불러와 시청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크루즈 전용부두 건립 연구 용역을 전격적으로 발주했다.

그러나 용역을 수행한 동서엔지니어링과 한국해운항만물류연구원은 전용부두 조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분명하고도 명료한 결론을 냈다. 두 용역업체는 전용부두 불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세계적으로 크루즈 시장이 확대 추세이지만 국내 크루즈 시장은 시장성은 극히 불투명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와 국내경제 상황 등이 좀처럼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여기다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광 인프라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데 울산은 그렇지 못하다고 용역사들은 강조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크루즈선이 들어와도 인프라가 빈약해 그만큼 효율을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잘못하면 전용부두를 만들어 놓고도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크루즈 전용부두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울산은 동해안의 중요한 관광산업 기지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 때가 되면 크루즈 전용부두는 꼭 필요한 시설이 될 것이다. 그러나 2~3년만에 국내외적인 환경이 크게 변했고, 경제는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5년간 울산항을 찾은 크루즈선을 분석해보면 80%가 4200t급이었다. 이는 지금의 울산본항 5~9부두를 이용해도 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용역사들은 발주자의 입맛에 맞춰 결과를 도출한다. 그런데 이번 용역의 용역업체는 과감하게 ‘시기상조’라는 명료한 결과를 내놓았다. 송철호 시장에게 이번 용역 결과는 뼈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공약이라도 비현실적인 공약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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