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준비 연기·취소 못해

하객 줄이고 마스크 등 준비

예식장엔 취소 문의 잇따라

하객들도 참석 여부 골머리

돌잔치는 가족행사 분위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결혼식과 돌잔치 등 수개월간 행사를 준비한 예비부부·부모는 물론 행사에 참석하는 하객들까지 고민에 빠졌다. 예비부부와 부모들은 수개월 전부터 식장을 예약·준비해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객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추세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오는 22일 울산 울주군 더M컨벤션에서 결혼을 앞둔 A(32)씨는 최근 신종코로나 관련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결혼식을 취소할 수도 없고, 그대로 진행하자니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예방책으로 하객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개인적으로 준비해 연회장에 비치할 계획을 세웠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다.

A씨는 “얼마전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지인들과 모임이 예정돼 있었는데 ‘신종코로나 때문에 연기하자’고 해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신혼여행에 호텔까지 다 예약해놨는데 취소불가인 데다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고민스럽다. 양가 부모님들은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하는데 미루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내달 7일께 아들의 결혼을 앞둔 B씨도 “마스크를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계속해서 수소문하고 있고 손 세정제도 구입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많이 해서 ‘마음만 받겠다, 안 오셔도 된다’고 했지만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 호텔과 대형 예식장에는 현재까지 결혼식을 취소한 경우는 없지만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예식장 관계자는 “신혼부부 중에서 하객이 줄어들 것 같다며 식사인원을 조정할 수 있냐는 문의가 있었고 다른 날짜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는 신혼부부도 있었다”면서 “결혼식을 연기·취소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예약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물론 청첩장을 받은 하객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부산에 거주하는 C(여·29)씨는 “조만간 친한 언니 결혼식이 있다. 제 결혼식에도 왔었던 언니고 평소에도 틈틈이 연락해 기쁜 마음으로 가고 싶은데 제가 6개월된 아이가 있어 혼자라도 가야할지 걱정이다”면서 “혼자 갔다가 자칫 전염되진 않을까 우려돼 너무 신경쓰인다. 그런데 또 안가면 섭섭해할 거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 뿐 아니라 돌잔치도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잔치를 지인들에게 알리고 참석해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폐라 여기는 부모들도 있다.

북구 매곡동에 사는 D(34)씨는 “첫 아이라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사진만 찍고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식사하기로 했다”면서 “예약했던 행사장은 위약금을 내지 않고 취소가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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