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6곳 주식보유 목적
단순투자→일반투자 변경
기업 지배구조 영향력 커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여부
올해 정기주총 이슈될 전망

▲ 현대중공업 / 자료사진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지주, 한화 등 울산지역 주요 기업들이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침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 3월 주총부터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한 것.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주요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지분 5% 룰’이 완화된 이후 처음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명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 LG, 롯데, SK하이닉스, 대한항공 등 대기업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KT, 포스코, 네이버, KT&G, KB금융,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회사 대부분이 포함됐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모비스, (주)한화, SK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지배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회사의 2대 주주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2월27일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 활동(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 및 범위 등을 명시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한데 이어 이달부터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돼 언제든지 주주제안을 통해 정관변경·이사해임 등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관련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요구 등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는 ‘남매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중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한층 세지면서 경영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지난 6일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컨퍼런스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단체들은 “3월 주총부터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주요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영향력은 막대해졌지만 정부의 직접 지배라는 거버넌스 구조 문제는 여전하다”며 국민연금이 관치와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7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1%(약 123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말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총 313곳으로, 2018년(292곳) 보다 21곳(7.2%) 늘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10% 이상인 상장사는 96곳으로, 전년 보다 16곳(20.0%) 늘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난 7일까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현대상선, LS산전 등 총 238개사(유가증권시장 24개사·코스닥시장 214개사) 3월24일 정기 주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SK, 한화, 카카오 등은 87개사는 3월25일, 현대미포조선, 한화생명, 한솔제지 등의 79개사는 3월23일 각각 정기 주총을 열 계획이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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