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발생한 산불은 태풍급 바람을 타고 일대 산림을 초토화했다. 그러나 산불은 이틀 만에 진압됐고 인근 마을과 아파트 등은 화마의 습격에서 벗어났다. 헬기 부기장이 숨졌고, 1명의 탑승자가 중상을 입었으며 주민 1명이 숨지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나 일대 주민들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울주군은 숨가쁜 산불 대피령 가운데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집단대피시설 이용을 자제시키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태풍과 다름없는 강풍 속에서도 이틀 만에 산불을 진압한 것은 울산의 산불진압 저력을 확인한 것이었다.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200㏊에 달하는 산림을 태우고 3명의 인명 피해를 낸 뒤 진화됐다. 처음 산불이 나자 주민들은 불이 어느 쪽으로 번질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헬기 14대와 공무원 1000여명이 동원돼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불은 갈수록 번졌다. 급기야 울주군은 4000여명의 주민들에게 긴급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군은 집단대피시설이 아닌 친척·지인의 집으로 피할 것을 주문했다. 군은 주민들에게 문자를 계속 보내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려되니 지인의 집으로 가라고 호소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다급한 순간에도 주민들은 집단대피시설로 가지 않았다. 군의 적절한 상황파악과 주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번 산불은 또 울산의 산불 진압 능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울산시와 산림청은 헬기에 부착된 고화질 카메라 영상을 전송받아 불이 난 지점을 파악, 불길이 거센 곳으로 인력과 헬기를 집중 투입했다. 밤에는 산림과학원 소속의 적외선카메라 부착 드론을 띄워 불길이 민가를 덮치지 않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번 산불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바람이 어느쪽으로 부는지, 불길이 얼마나 거센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적재적소에 산불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지난 2013년에도 큰 산불이 발생해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언양 산불은 280㏊의 산림을 태우고 민가와 축사도 태웠다. 그러나 이번 산불은 산림 외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산불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쟁같은 상황 속에서 진압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주민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산림청과 울산시, 울주군 등 관련 기관들은 잘 짜여진 전략을 펼쳐 진압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울산에는 매년 산불이 발생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주민과 관련 기관이 합심하면서 과학적인 장비를 잘 활용한다면 어지간한 산불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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