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다하더라도 산업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다름없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을 무조건 사용하라는 게 아니라 실증과 검증을 거쳐 기술이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야심차게 구상한 한국형 실리콘밸리는 빈껍데기만 남을 여지가 다분합니다.”

최근 울산국가 및 지방산업단지의 현주소와 미래 신산업발전 방안과 관련해 취재차 만난 지역 중소기업 CEO들의 말이다. 자동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안전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다고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인 한 기업체 대표는 “최대관건은 사용자인 대기업의 의지”라며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은 미래 산업을 선도할 ICT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무역분쟁, 신종코로나 사태 등 급격한 글로벌 환경변화 속에서 울산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의 고도화 전략과 함께 제조혁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산업과의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신산업 육성방안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대·중소기업간 협업 생태계 구축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이러한 산업적 협력구조 강화가 미래 먹거리 선점에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하드웨어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국가산단은 노후되고 새로 구축한 일부 산단에서는 입주해 있거나 분양받아 입주할 기업체들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산업단지에서 발을 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게 산업수도 울산의 현 주소다. 불확실성이 높아만 가는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체질개선이 필요하고 기업지원 전략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울산 경제는 산단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참에 지역 산단 전체에 대한 자체적인 규제 샌드박스 시스템을 가동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수치상으로 분양률 높이기에만 급급할게 아니라 기존 조성된 일반산단은 물론 민영개발로 진행되는 산단에도 기업환경측면에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세워야 한다. 울산산단에서 연구개발(R&D), 시제품 생산, 판매까지 일괄체제를 구축해야 실질적으로 산단내 소기업,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공동상생과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단내에서 R&D에만 그치지 않고 신제품이 만들어지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면 산단의 경쟁력 강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울산의 국가산단 및 지방산업단지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산단의 첨단화 등 구조적 체질개선은 물론 기업 활동과 직접적 연관되는 인프라 확충과 산단내 실질적 경영애로 해소방안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신소재 R&D 등 실질적인 스프트웨어 장착과 함께 미래산업을 선도할 창의적인 ICT 등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 울산에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산업현장 곳곳에서 연일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언제쯤 ‘굿뉴스’가 나올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경제주체, 지원기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묘안을 짜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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