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폭염, 무더위쉼터 운영 어쩌나

▲ 4일 무더운 날씨 속에 마스크를 쓴 노인들이 태화강 둔치 나무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30℃ 육박하는 무더위 피해 일부노인 경로당 찾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출입 봉쇄 아쉬운 발길 돌리기도
울산지역 무더위쉼터 900여곳 중 500곳은 사용 못해
금융기관 등 대체시설 지정도 집단감염 우려에 쉽잖아

본격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쉼터 운영을 놓고 울산지역 지자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무더위쉼터 중 절반 이상이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어서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그렇다고 이를 대체할 공간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

4일 찾은 남구 달동경로당. 이곳은 달동지역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곳이지만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간간히 보행카트를 의지한 노인이 왔다가도 잠긴 출입문을 보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만난 한 노인은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경로당에는 있어서 더위를 식히곤 했었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경로당 문을 닫은지 꽤 됐는데 오늘같이 더운 날 우리는 어디로 가야되느냐”고 되물었다. 달동경로당과 불과 500여m 떨어진 동평마을 경로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출입문에는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날 울산지역 낮 최고기온은 32℃까지 올랐다.

울산시에 따르면 관내 무더위쉼터는 총 934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울산지역 무더위쉼터는 600여곳밖에 나오지 않고 금융기관이 추가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부지기수다.

시는 올해 추가로 지정된 309곳은 경남은행과 농협, 우체국 등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은 전 지점이라고 밝혔다. 또 나머지 600여곳 중 500곳은 경로당, 100여곳은 동주민센터나 복지센터,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도서관 등이다.

문제는 현재 무더위쉼터 900여곳 중 절반이 넘는 500여곳이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로당 등 노인시설은 지난 2월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3개월 넘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보건소나 소방서, 금융기관 등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대체시설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밀집에 따른 집단감염 우려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고민이 깊다. 에어컨 가동시 공기 중 침방울이 바람에 날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체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가동하지 말아야하고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학교 체육관이나 그늘진 실외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는 대안도 무리가 있다.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이 몰릴 수 있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게 관리 인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추가로 지정된 금융기관 무더위쉼터는 대부분 금융기관, 전 지점이 다 해당된다. 아직 홍보가 미비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데 무더위 쉼터를 대체할 공간을 찾기도 정말 쉽지 않다. 일단은 금융기관 추가 부분의 홍보를 강화해서 폭염 취약계층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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