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씨앗도 뿌리기 전 먼저 싹을 내밀고/ 온 들과 밭을 흰 눈처럼 덮어버리던/ 꽃이면서 풀이고 풀이면서 꽃이었던 개망초// 이른 봄 새잎이 지천으로 나오면/ 엄마는 한 끼 반찬을 만들기 위해/ 푸른 잎을 뜯어서 삶아 말렸다// 한여름 가뭄이 타들어 갈 때도/ 하얀 꽃대를 밀어 올리며/ 힘겹게 긴 줄기를 지탱하고 서 있는 가냘픈 망초꽃// 너무도 흔한 꽃이어서/ 꽃인 줄도 모르고/ 저 혼자 피는 꽃……‘개망초’ 일부(유병란)

한 이틀 동안 비가 내리고 나니 공터와 마을 묵정밭에 개망초가 지천이다. 개망초는 어느날 문득 피어나 들판을 하얗게 뒤덮어버린다. 유병란 시인의 시처럼 개망초는 꽃이면서 풀이고 풀이면서 꽃이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풀로만 여겼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잡초가 됐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꽃이 됐다. 모든 식물에는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50줄이 되고 난 뒤에 비로소 알아차렸다.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개망초꽃’ 전문(안도현)

개망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풀이다. 망초에 ‘개’자를 더한 것이다. ‘개’는 보통 개비름, 개망초 등과 같이 천대받는 품종에 붙는 것이 보통이지만 실제로는 약효나 아름다움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 말(1865년경) 관상용으로 도입됐다가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왜풀’이란 방언이 있는데 개망초가 일본을 거쳐 도입된 것을 암시한다.

우리 백성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개망초가 들판을 온통 휩쓸자 일본놈들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씨를 퍼뜨렸다면서 ‘망국초(亡國草)’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번식력과 생명력이 워낙 좋아 개망초가 흥하면 농사를 망친다는 뜻에서 ‘망할 놈의 풀’로도 불렸다.

꽃 모양은 마치 계란 프라이처럼 생겼다. 그래서 유치원 아이들은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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