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최초로 체육관을 지어 시민들에게 제공했고, 이번에는 아들이 더 훌륭한 시설을 지어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대를 이은 통큰 기부에 코로나19로 찌들었던 시민들의 마음이 오랜만에 활짝 펴졌다.
종하체육관은 울산을 사랑했던 재산가 고 이종하씨가 지난 1977년 1억3000만원을 들여 건립한 시설이다.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던 시절, 이 곳에서는 실내 체육행사는 물론 음악회, 웅변대회, 강연, 정치행사가 줄을 이었다. 종하체육관은 43년 동안 울산시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렇지만 건물이 워낙 낡아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자는 여론이 많았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 2019년 하반기 종하체육관을 ‘문화·체육복합센터’로 건립하기로 했다가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46번째 공약으로 ‘문화·체육복합센터’를 내건 바 있다. 그러나 말이 문화·체육복합센터였지 사실상 스포츠콤플렉스센터였다. 추산된 사업비도 무려 1000억대에 이르렀다. 시는 아이스링크장, 체육회관, 선수촌, 체육관, 야외운동장, 잔디광장 등을 모두 포함하는 용역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여기다 울산의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 송 시장과 이 회장이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3가지로 요약된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울산 청년 창업자를 위한 ‘창업공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공간’,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 등이다. 이 회장은 평생 IT인재양성, 벤처육성, SW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번 업무협약은 울산경제의 새로운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회장의 ‘울산시민이 100년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건립하기 위해서는 울산시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추진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